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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사이버경제를 위한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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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공간' 을 무대로 한 경제활동, 즉 사이버 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미국 정부는 '민간 부문과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양자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 사이버 경제 문제점 해소' 등을 정부의 새로운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사이버 경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약 3백만명으로 추산되며, 5년 이내에는 1천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거나 예약하는 인터넷 쇼핑은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또한 주식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사이버 증권거래가 인기를 얻고 있다. 객장에 가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증권을 사고 파는 사이버 주식거래가 전체 거래의 30%를 웃돌고 있다.

앞으로는 아예 증권회사의 중개 없이도 가상공간을 통해 투자자와 기업이 직접 거래하는 '사이버 증권시장' 마저 생겨날 전망이다.

기업들도 모든 활동영역에서 가상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 경제' 는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심화될 전망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가장 익숙한 이른바 '골뱅이(@)세대' 들이 경제활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연령층으로, 기성세대와 달리 정보화 마인드가 잘 형성돼 있다.

21세기 사이버 경제시대는 바로 이들 세대를 중심으로 꽃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이버 경제 활동의 증가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첫째, 정보 기술에 대한 접근 정도에 따라 경제력의 차이가 발생한다. 가상공간에서 제공되는 풍부한 정보를 토대로 해 각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매우 신속하고 다양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계층과 농촌지역 주민의 정보기술 접근도가 뒤떨어져 소득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둘째, 가치관의 혼란이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는 다양한 상대와 동시에 접촉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형' 인간관계가 성립한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의 신뢰성과 절대성이 그만큼 약화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상식이나 관념, 그리고 규범체계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셋째, 윤리적 타락이 심화될 가능성이다. 가상공간은 익명성과 비대면성(非對面性)이 보장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인간의 욕구를 자제할 필요성이 약화되며 범죄유발 심리가 자극된다. 젊은 해커들이 금융 및 정보시설에 침투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인터넷상의 음란 사이트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사이버 경제의 건전한 성숙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을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이버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확충 및 고도화, 인터넷 비즈니스 육성,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지역에 대한 인터넷 보급 확산과 같은 정책들을 통해 '디지털 평등도(平等度)' 를 높여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하드웨어적 인프라 구축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첫째, 골뱅이 세대의 시각으로 우리 문화와 사회를 재분석하는 인프라가 절실하다. 이를 통해 이 세대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우리 사회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 세대들이 현실세계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건전한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문화와 가치관이 자리잡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사이버 경제에 걸맞은 윤리관, 그리고 법과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나라가 건전한 교통문화의 형성을 소홀히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의 하나로 낙인찍혔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이 모든 문제는 결국 교육 현장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교육은 신세대가 변화의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새 천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들의 독창성을 키워주고 건전한 윤리관을 심어주는 장이 돼야 한다.

정순원<현대경제연구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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