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또 억대 횡령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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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말 2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났던 신한은행의 원주 지점에서 또다시 억대 횡령 사고가 일어났다. 지점의 금고 열쇠를 관리하는 직원이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금고에 들어가 3억6000만원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원주지점 직원의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 최근 면직 조치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직원은 도박에 손을 댔다가 지점 돈을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은행 측은 전했다. 이 지점은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가 맡긴 400억원의 예금 중 225억원을 지점장이 빼돌려 올 2월 금감원 검사까지 받은 곳이다. 문제의 직원은 지난해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9월 금감원으로부터 징계 대상자(감봉 이상)로 분류됐지만 은행의 공식 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은행의 내부 통제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횡령 사건은 우정사업본부가 감사원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예금을 확인하다가 밝혀졌다. 이번 사건도 해당 직원이 한때 잠적하면서 드러났다. 은행 측이 자체 감사로 파악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통장을 조작한 것도 아닌데 금고에 쌓여 있는 돈다발을 빼내 간 것을 6개월 동안이나 몰랐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점들은 한 달에 두 번 다른 직원이 금고의 현금과 중요 증서가 제대로 있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측은 “처음엔 많은 금액을 빼돌리지 않았고 최근에야 금액이 늘어났다”며 “직원이 횡령한 현금은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김영대 은행서비스총괄국장은 “일단 신한은행의 자체 감사 결과를 본 뒤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금감원이 직접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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