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출신 與의원들 내년 공천 걱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력) △(불확실) ×(탈락)' . 요즘 의원회관에서는 호남 출신 의원들의 내년 16대 총선 공천 전망을 놓고 이런 분류법이 공공연히 입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여권 신당 창당작업의 본격화로 호남 물갈이설이 확산되면서 이런 리스트는 한층 기승을 부린다.

떠도는 리스트에 따르면 공천이 유력시되는 의원의 비율은 대략 30% 안팎. 현역 의원의 무더기 공천 탈락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동교동계 핵심 중진도 세대교체를 선도하기 위해 희생될 수 있다" 는 얘기마저 나돌 정도다.

한 재선 의원은 "솔직히 다선 의원은 지역에서 인기가 없어 불안해 한다" 고 토로했다. 3선의 한 중진 의원은 탈락을 각오한 듯 "한번 정도 쉴 수도 있다" 고까지 했다.

그러나 물갈이 대상 중진 의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주역인데 이제와서 신당 창당과 물갈이를 명분으로 용도폐기하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3선 의원은 "신당에 들어올 새 인물보다 현역들의 득표력이 객관적으로 앞서지 않느냐" 며 "물갈이가 결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장담한다.

이들은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자구적 차원의 행동에 나섰다. 우선 이번 국정감사를 자신의 의정활동을 부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또 광주지역 의원들은 공동으로 지역 현안 사업인 광(光)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섰다. 이들은 산업자원위 소속인 박광태(朴光泰.재선)의원을 내세워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정덕구(鄭德龜)산업자원부장관 등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조홍규(趙洪奎.3선)의원 등을 중심으로 광주과학기술원에 학부과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과학기술부.기획예산처 등과 협의 중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시한 충실한 의정활동과 지역구민의 신망이란 공천 기준을 충족시키려는 움직임이다.

물론 반발의 기류는 있다. 전남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지역정서로 볼 때 과거처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공천한 인사가 무조건 당선되지는 않을 것" 이라며 "金대통령이 직접 유세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무소속으로 나와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고 했다.

그래서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최근 "이번이 金대통령의 마지막 공천인 만큼 후회없는 공천이 되도록 하겠다" 며 유난히 공정성을 강조했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여권 핵심의 고심이 드러난 대목이다.

그러나 반발기류는 의외로 강하다. 그래서 20일께로 예정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과정에서 반란표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하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