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 꺼리는 한국] "반일감정 역풍 우려 서울 공연장 건설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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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형 극단 '시키(四季)'가 한국 내 반일(反日) 감정을 이유로 한국 진출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키는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뒤에 1200석짜리 뮤지컬 전용극장을 짓기로 하고 설계작업을 하는 등 국내 공연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다. <본지 7월 27일자 2면, 8월 10일자 28면>

아사리 게이타(71)시키 주식회사 회장 겸 극단 시키 예술총감독은 28일 오후 도쿄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 공연계 발전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극장을 지으려 했지만 반일 감정을 일으킨다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아사리 회장은 "한국 공연프로듀서협회가 낸 반대성명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친일의 과거사를 되짚고 있는 한국 여론에도 놀랐다"고 말했다.

공연프로듀서협회(회장 박명성)는 지난 16일 "일본 극단 시키는 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수익을 내려 하기 때문에 한국 진출은 문화교류가 아니라 시장잠식"이라며 "이제 성장 단계에 진입한 한국 공연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국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었다.

아사리 회장은 "나는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 회담을 벌이던 40여년 전부터 두 나라의 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문화교류에도 정치색이 개입한다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일본, 나아가 중국까지 아시아 세 나라가 시키의 앞선 뮤지컬 수준을 함께하려는 뜻을 한국 측에서 오해하는 데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51년을 맞은 극단 시키는 일본 전역에 9개 전용극장을 운영하는 기업형 공연집단이다. 라이언 킹.아이다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중심으로 1년 공연 횟수만 2500회에 이른다. 아사리 회장은 시키가 내년 1월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기로 한 연극 '햄릿'은 예정대로 막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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