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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흔들기 좌시 못해"…박근혜, 비주류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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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28일 전남 곡성군에서 열린 당 의원 연찬회에서 정치풍자극을 공연하고 있다. 이 연극은 노무현 대통령을 야유하는 내용에다가 각종 욕설이 연극대사로 사용돼 여당이 반발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당내 비주류를 겨냥해 "이런 식으로 대표를 흔든다면 좌시할 수 없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창당 후 첫번째로 호남에서 개최한 의원 연찬회에서다.

박 대표는 "(비주류 일부가) 내가 대표가 되면 여러 차례 탈당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남아(男兒)면 정정당당하게 자기 말을 지키고, 책임을 지고 나서 남을 비판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들은 "일부 비주류에게 사실상 자진탈당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박 대표는 "이유 없이 자꾸 대표를 때리고 열린우리당과 똑같은 주장을 한다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며 "그건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주류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현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선 한번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유신에 대해 사과만 하라고 하는데 어떡하자는 것이냐. 나 보고 물러나란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내가 (유신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는데도 (비주류가) 계속 사과하라고 하는 건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으나 순수한 목적은 아니고 대표 흔들기"라며 "자기들이 대표를 하겠다는 것인지, 하려면 정정당당히 하라"고 했다. 또 "(비주류가) 한나라당의 지난 역사에 대해 비판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정당을 택하지 않았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박 대표는 "이미 국가에 헌납한 것이어서 다시 헌납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하나도 거리낌없이 조사하라고 해 지금 열린우리당이 조사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법정에서 가릴 개인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가 이처럼 강하게 비주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날 의원토론회에서 비주류 의원들이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맹공했기 때문이다. 김문수 의원은 "박 대표가 장학회 형성과정에 대해 조사받고, 이사장직도 겸직하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했고, 이방호 의원은 박 대표가 추진하는 당명 개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 의원은 "과거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신당을 창당하라"고 했다. 이재오 의원은 "엄연히 유신독재의 피해자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유신시대에 잘못이 있다면 인정한다고 털고 나가야지 왜 한나라당이 온갖 논리를 꺼내 방어하느냐"며 박 대표에게 화살을 날렸다.

◆ 노 대통령 야유 연극 논란=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28일 연찬회에서 선보인 연극이 논란을 빚고 있다. '여의도'는 이날 전남 곡성군 농촌체험마을에서 창단기념작으로 '환생경제'란 제목의 정치풍자극을 공연했다. 연극은 아버지 '노가리'의 무관심 속에 죽은 아들 '경제'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가 어머니 '박근애'의 눈물겨운 노력에 감동받아 '경제'는 살려주고 대신 3년 후에 '노가리'를 하늘나라로 데려가기로 한다는 게 줄거리다. 여기서 '노가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다.

연극은 게다가 "육××놈""개×놈""불×값" 등의 욕설로 '노가리'를 야유했다. 또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은 발끈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저속한 말로 일국의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진면목이냐"며 박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며 "공연의 주제는 경제회생을 위해 노 대통령이 더욱 열심히 해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소영.이가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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