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즈웨일교수] '레이저 카메라'로 화학반응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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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화학상을 수상한 즈웨일 교수는 '펨토(femto)화학' 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수상했다.

펨토란 수천조(兆)분의1초를 의미하는 접두사. 그가 이용한 레이저 기술은 한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을 찍는 카메라에 비견된다.

그는 87년 이 극초고속 카메라로 화학반응이 어떤 모습으로 일어나는지를 생생히 설명했다. 화학반응 중에는 못이 녹스는 것처럼 느리게 일어나는 것도 있지만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처럼 순식간에 벌어지는 것도 있다.

그는 이런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원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원소들의 결합과 분리, 즉 화학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그가 사용한 '레이저 카메라' 는 2개의 펄스(신호)를 내보내 원자 혹은 분자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한 펄스는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분자를 때려 이들을 고에너지 상태에 올려놓는다. 약한 에너지를 가진 다른 펄스는 이 분자가 변하기 전, 혹은 완전히 변한 후의 상태를 포착한다. 이 둘을 비교함으로써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원자 혹은 분자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이다.

서울대 김성근(金聖根.화학과)교수는 "즈웨일 교수의 노벨상 수상은 오래 전부터 확정적인 사실로 알려졌을 만큼 그의 공적은 뛰어났다" 며 "그의 연구로 인체 내의 여러 반응부터 환경파괴까지 지구상의 온갖 반응을 아주 느린 그림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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