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6,7호선 공사구간 주택 1,700채 균열.파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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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은평구 증산동 169의 1 신태양맨션 주민들은 요즘도 불안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5년전 지하철 6호선 공사가 시작된 이래로 굴착공사 과정에서 진동으로 2층 연립주택 곳곳에 균열이 생겨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6-2공구 시공사측은 최근까지 신태양맨션 주민 20가구중 12가구를 이주시켰지만 나머지 주민들에 대해서는 건물붕괴에 대비해 벽체에 철판을 괴어주는 데 그쳤다.

주민 李복기(66)씨는 "벽에 생긴 10mm안팎의 큰틈을 신문지로 채워넣은뒤 도배를 했지만 밤에 편히 잠자기가 힘들다" 며 "재건축이라도 이뤄져야지 땜질식으로 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 고 호소했다.

구로구 구로동4동 주민 80여가구도 96년 7호선 24공구 공사가 시작된 이래 하루도 편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굴착공사가 시작되면서 지반이 조금씩 가라않기 시작하더니 얼마전부터는 건물이 뒤틀려 어른 손이 들어갈 정도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주민 朴모(53)씨는 "시공업체에서는 임시변통으로 시멘트를 발라 메웠지만 공사가 계속되다보니 금새 틈이 다시 벌어졌다" 며 "언제 붕괴될지 모르겠다" 고 걱정했다.

이처럼 지하철공사로 인해 생긴 주택균열과 지반침하에 따른 붕괴위험에 시달리는 주민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시가 국회 행자위 국감에서 이해봉(李海鳳.한나라)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6.7호선 공사로 인해 94년 이후 발생한 주택 균열과 파손 건수는 모두 1천7백15건에 달했다.

서울시와 시공사는 지난 8월말까지 9백72건을 보수완료했으나 7백43건은 아직 근본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7-24공구(남구로~가리봉~철산)는 모두 2백78개 건물에 균열이 발생했지만 아직 1백60건은 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6-5공구(광흥창~대흥동)도 2백17건의 균열사례가 신고됐으나 고작 62건만 보수가 끝났다.

문제는 6-2, 7-24공구처럼 안전대책을 세웠다고 하지만 땜질처방에 그쳐 주민불안을 제대로 덜어주지 못하는 데 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권혁두(權赫斗)건설2부장 "보수가 끝나지 않은 건물들도 주민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정도의 응급조치는 마쳤다" 며 "굴착과정에서 주로 건물 균열을 초래하지만 공사 마무리과정에서도 균열이 추가로 생길수 있어 근본대책은 완공후에 하게될 것" 이라고 해명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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