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평면TV, 중형차 수출 비중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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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들어 전자.자동차 등 우리의 대표 수출상품들이 선진국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종전처럼 저가 제품 위주가 아니라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고급 제품이 주도하면서 '한국제품〓싸구려' 라는 이미지를 바꾸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총수출에서 선진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 수출상품의 변화〓선두주자는 지난해 미국.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덤핑규제가 해제된 컬러TV. LG전자는 미국에 6월 이후 디지털TV 3백대와 완전평면TV 1천대를 판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1만대의 고부가가치 TV를 팔 예정이다. 디지털TV(64인치 기준)는 대당 약 1천만원으로 소형차 한 대 값보다 더 비싸다. LG는 "값이 비싸도 기술력이 인정돼 잘 팔린다" 고 말했다.

삼성도 올해 프로젝션.디지털.완전평면TV를 미국에 2만대 팔 예정. 5월부터는 EU에도 실어내고 있고, 가전제품의 종주국인 일본에도 7월부터 완전평면TV를 월 3백~4백대씩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도 중형.준중형차 수출이 늘어 부가가치가 올랐다. 8월말 현재 현대자동차는 EF쏘나타 2만대 가량과 아반떼 5만2천대 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지난해 한해 실적보다 36%, 72% 가량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현지광고에 값이 싸다는 말은 일절 하지 않고 품질과 애프터서비스를 내세운다" 면서 "가격도 일본의 혼다 어코드나 포드의 토러스와 비슷하게 경쟁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얼마나 늘었나〓8월말 현재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선진국시장의 비율은 49.8%. 97년 사상 최저인 44.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이후 되오르기 시작한 것. 88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미국시장에서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점유율도 올들어 11년 만에 회복세다.

◇ 왜 늘었나〓우리 업체들이 97년부터 동남아.동유럽.러시아.중남미 등 신흥시장들이 경제위기에 봉착하자 호황을 맞고 있던 미국 등 선진국시장을 집중 공략한 덕분이다. 고가 위주 전략과 97년보다 환율이 좋아진 점, 최근의 엔고 덕도 보았다.

무역협회 이인호 동향분석과장은 "선진국 시장의 점유율이 올라가는 것은 우리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청신호" 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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