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하철, 획기적 대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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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지하철이 하루가 멀다하고 불안과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들로선 늘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또는 늘 불만상태로 지하철을 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낭비가 심하다, 안전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가야 할까.

어제 국정감사에서 여당의 한 의원은 서울시가 2기지하철 5~8호선의 하루 수송인원을 2백57만여명으로 예측했으나 지난 2년반 동안 실제 수송인원은 46%인 1백20만명에 불과하고, 레일도 구간특성에 맞지 않는 것을 사용했다가 교체하는 등 시설비 및 인건비 낭비가 올해말까지 1조4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도 올해 초 서울시 2기지하철의 잘못된 수송수요 예측으로 연간 4천억원의 운영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서울시측은 지하철 수송인원 예측은 2002년 2기지하철이 완전 개통될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건설은 버스.택시 등의 장기적인 서비스체계 및 요금까지도 고려해 지하철을 최대의 대중교통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종합 교통대책 아래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설명도 이해 못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서울지하철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지하철은 현재 5조5천억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고 부채 이자와 운영비를 포함해 하루 1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빚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는 상태다. 이런 낭비나 빚더미 걱정뿐 아니라 안전불안과 시민불편 문제는 더 심각하다. 큰 비만 오면 물이 차는 역사(驛舍)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어떤 역 대합실은 2㎝가량 내려앉아 불안감을 주고 있는데도 예산타령과 기술적인 설명만 늘어놓기에 급급하다.

또 신도림역 등 환승역에서는 출퇴근길의 승객들이 인파에 떠밀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이 매일 벌어지는 형편이다.

서울시는 3기지하철 9~12호선까지 계획했다가 수송분담률 등에서 당초 예상이 빗나가자 9호선만 건설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지하철 건설에 낭비적 요소는 없는지, 안전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뭔지 등에 대해 획기적인 종합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더 이상 지하철 걱정을 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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