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성공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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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가장 공정하고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올림픽 스포츠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3선에 성공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코펜하겐=연합뉴스]

조정원(62)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3선에 성공했다. 그는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WTF 총회에서 104표를 얻어 45표 획득에 그친 낫 인드라파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물리치고 2013년까지 4년간 더 총재직을 맡게 됐다. 그는 2004년 김운용 전 총재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보궐선거에서 총재에 선출됐으며 이듬해 재선했다. 그는 이번까지 세 번의 선거에서 모두 100표 이상을 얻었다. 특히 이번 선거는 WTF 역사상 처음 치러진 ‘한국인 대 외국인’ 대결이었다.

조 총재는 경기인 출신이 아니다. 태권도 단증도 없다. 국제정치학박사로 경희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태권도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유를 “운명과 팔자”라고 했다. 1972년 미국 유학 시절 우연히 태권도장을 찾은 그는 깜짝 놀랐다. 콧대 높은 미국인들이 태극기를 걸어두고 “차렷” “경례” 등 우리말로 운동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다.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 총재는 83년 경희대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태권도학과를 신설했다. 그는 세계 태권도 수장에 오른 후 매년 12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태권도 홍보를 하고, 저개발국가를 집중적으로 다니며 ‘현장 외교’를 펼쳤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태권도 평화봉사단’을 창단,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에 파견해 태권도를 보급하고 한국말과 문화를 알렸다. 이번 선거 직후 그가 던진 화두는 ‘태권도의 국제화’다.

“2016년 장애인올림픽에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편입시키고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시범종목인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만들 겁니다.”

해외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조 총재는 “5월 스위스 로잔에 개설한 태권도 연락사무소의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 연맹 본부는 한국에 있지만 국제업무와 마케팅은 외국인을 고용해 전담시킬 계획이다. 연맹의 완전한 국제화가 최고의 목표다”고 말했다.

코펜하겐=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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