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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통합 유럽, 지구촌 위기 해소에 더 기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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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올해는 유럽연합(EU) 역사에서 기념비적 해다. 유럽 안보방위정책(ESDP)을 추진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EU는 세계인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든든한 안보 제공자로 부상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코소보·팔레스타인·콩고에 이르기까지 EU는 국경을 감시하고 평화협정의 이행을 감독했다. 또한 사법제도를 정착시키고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선박들을 보호하는 작전을 수행해 왔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위기 대처나 전후 복구 과정에서 EU의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1999년에 시작된 ESDP는 포괄적이고 다면적인 접근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EU의 민군(民軍) 합동작전은 복잡한 문제들을 유연하고 적절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ESDP는 발칸반도에서 처음으로 결실을 보았다. 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내전이 터졌을 때 우리에겐 위기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이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대처 능력을 키워 2003년엔 옛 유고연방 국가인 마케도니아의 분쟁 위기를 외교를 통해 예방했다. 뒤이어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도 파견했다. 2004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위임을 받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했다. EU는 지금도 발칸반도에서 조직범죄와 싸우며 법질서 회복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0여 명의 경찰과 법률 전문가들이 코소보에서 수행하고 있는 임무가 바로 그것이다.

EU의 위기 관리와 평화 구축 노력이 유럽 지역에 한정된 건 아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선거를 위해 안정된 환경을 조성하고, 수단 다르푸르 사태로 인한 난민과 구조요원 보호 활동을 펼친 것도 ESDP의 일환이었다. 지난해에는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 소탕을 위한 최초의 해상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때는 EU의 중재 노력으로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3주 만에 위기 해소를 위한 감시단이 현지에 파견됐다. 중동 평화협상을 이끄는 국제 중재단에도 참여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03년 이후 ESDP 수행을 위해 7만여 명이 23건의 위기관리 임무에 투입됐다. 이 가운데 6건은 군사 임무이며 17건은 민간 임무였다. 임무 수행에는 EU 회원국뿐 아니라 노르웨이·스위스·우크라이나·터키·미국 등 비EU 국가들도 참여했다. EU는 올 현재 12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EU는 늘어가는 지역적·세계적 도전에 대처하고자 대외활동의 효율성을 한층 강화하려 한다. 민군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으며, 정책적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지원도 활성화해야 한다. 머지않아 리스본 조약이 통과되면 이 모든 과제가 EU의 긴급한 현안이 될 것이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대표
정리=유철종 기자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