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수난] 살릴 길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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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연기념물 보호대책의 기본은 '가능한 한 개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존한다' 는 것이다.

손을 대는 순간부터 천연기념물의 훼손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서재철 (徐載哲) 생태보전부장은 "관광지로 개발된 천연동굴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며 "앞으로 수목 자생지나 철새도래지 등이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면 결국 동굴의 전철을 밟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자연환경과학정보연구센터 한상훈 (韓尙勳) 박사는 "어쩔 수 없이 개발해야 한다면 주변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며 "정답은 아니지만 외국처럼 있는 그대로 놔두고 주변에 생태공원을 조성, 멀리서 관측하도록 하는 생태학적 접근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훼손되거나 멸실된 천연기념물의 복원과 관리는 전문적이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전문위원인 서울대 이경준 (李景俊.산림자원학) 교수는 "수목의 생리는 무시한 채 지역의 천연기념물 관리자들이 미관에 치우친 관리를 해왔다" 며 "자연스러운 영양순환을 가로막는 낙엽청소나 뿌리의 호흡과 생장을 억제하는 석축 등의 인공건조물 설치도 중단해야 한다" 고 말했다.

국립환경연구원 서민환 (徐敏桓) 박사도 "국내 천연기념물의 70% 이상이 노거수나 희귀식물인데 증식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보급한다면 천연기념물 훼손은 방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이 주변 생태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통합관리체계가 없는 것도 시정돼야 할 점으로 손꼽힌다.

녹색연합 徐부장은 "소백산 주목군락을 보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는 문화재청이, 그 주변의 주목은 산림청이, 소백산국립공원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등 철조망 하나 사이로 관리자가 다른 실정" 이라며 "생태학적 고려보다 행정편의적으로 분산된 업무들이 통합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한편 문화재청 기념물과 이위수 (李偉樹) 계장은 "예산도 늘려야 하지만 천연기념물 예산은 현재 해당 시.군이 요청해올 경우에만 배정하고 있어 지자체 장 (長) 도 천연기념물 보호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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