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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민병대 조직와해…일부는 게릴라전 태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동티모르 주둔 인도네시아군 1만6천여명은 동티모르 다국적군의 진입에 맞춰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고 17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인도네시아 군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국적군의 주력인 호주군과 협력하는 것을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다국적군과 민병대가 직접 충돌하게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독립반대 민병대는 대략 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동티모르에 남아 있는 유엔측 대변인은 민병대들이 잇따라 해산 중이며 인도네시아 군수송기편으로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딜리에 파견된 유엔관리 콜린 스튜어트도 17일 "일부 민병대원들이 무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만 빠져나가는 민병대가 점차 늘고 있다" 고 말했다.

민병대가 이처럼 피난길에 오른 이유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피하기 위해서다.

월등한 화력과 장비를 갖춘 다국적군을 정면으로 상대하기 버겁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믿었던 인도네시아군마저 발을 뺄 것이 확실해졌다.

가장 큰 규모의 민병대로 알려진 아이타락 ( '가시' 라는 뜻) 의 두목 에우리코 쿠테레스는 15일 서티모르로 달아났다.

에우리코와 가깝게 지내온 마누엘 세라노 (27) 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로 이를 확인했다.

가장 잔인한 집단으로 알려진 베시메라푸티 (강철조국보위대) 와 하리린타르 (번개) 등 나머지 주력 민병대들도 이미 딜리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골수 민병대원들은 '결사항전' 을 외치며 산악지대를 무대로 장기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군의 철수도 민병대의 게릴라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다국적군이 8천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상당수가 비전투요원이지만 현대적인 장비를 갖춘 각국의 정예부대다.

반면 민병대들은 정규 군사훈련을 받지 못한 조직이다.

그러나 민병대가 지형지물에는 훨씬 더 익숙하다.

게릴라전으로 맞설 경우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국적군이 딜리 등 대도시 주변의 치안을 회복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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