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독점 괴물' MS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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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희 산업부 기자

"인터넷 업계나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한 일인데 사전 협의는 고사하고 어떻게 설명 한번 없이 합니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로 윈도 XP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서비스팩2(SP2)'의 국내 배포를 앞두고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본지 8월 27일자 2면)를 보고 한 유명 인터넷 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놀랍게도 이 업체에서는 SP2 배포에 따라 자사 서비스가 일단 차단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날 낮 12시가 다 돼서야 한국MS 측은 e-메일을 통해 담당 기자들에게 '다음달 2일 SP2 배포를 시작하며, 전담 기술지원팀을 운영해 불편을 해소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실 이번 SP2 배포는 좀 더 안전한 PC 환경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네티즌들이 보안에 철저하고, MS가 수시로 배포하는 패치를 까는 철저함이 있다면, 강력한 방화벽을 통해 사전 등록되지 않은 웬만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전부 차단해버리는 '극약'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한 회사가 컴퓨터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는 문제 또한 다시 한번 드러났다. MS가 무심히 던진 돌에 업체들은 맞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죽는다'고 아우성을 쳤다. 프로그램 차단도 몇몇 업체가 비공식적으로 SP2를 입수해 시험해 본 결과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MS는 윈도에 다른 프로그램을 끼워팔았다는 이유로 한때 회사 분할 위기에까지 몰렸다. MS에 대한 각종 반(反)독점 소송이 이어졌지만, 막대한 자금과 임기응변으로 피해 나갔다.

하지만 방화벽으로 유해 프로그램을 막겠다며 우리나라 젊은층들에 인기가 있는 싸이월드.버디버디는 일단 차단하고, 자신들의 MSN 메신저와 홈피는 '차단 예외'로 설정해 놓은 일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독점 이윤을 챙기는 괴물'이라며 MS를 공격하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스콧 맥닐리 회장의 독설을 MS 측은 진지하게 새겨볼 필요가 있다.

윤창희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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