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의 매력과 위험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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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35면

요즘 금융투자회사마다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자산관리계좌(CMA)가 인기를 끈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단기간 예치해도 은행예금에 비해 훨씬 높은 금리를 받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CMA는 ‘대박’을 노리는 상품은 아니지만 ‘재테크의 필수요소’라는 식의 충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MA의 인기가 높아가자 은행들도 이에 맞서 금리가 높은 예금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과거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요구불 예금에 돈을 넣어 두던 금융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호사’의 배경에는 금융투자회사들도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이 있다. 과거에는 은행과 저축은행만 지급결제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문호가 금융투자회사들에 개방되면서 이들도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고금리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결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회사와 은행들 간의 치열한 예금시장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가져다 준 ‘호사’와 그 ‘대가’를 말이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의 금융위기 등을 통해 ‘공짜 점심은 없다’는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한다. 자금조달 비용은 자연스럽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CD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들이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은행들은 CD금리가 조달금리보다 낮으면 가산금리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가산금리 상승에는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상품을 경쟁적으로 취급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 및 이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가 차입자들의 신용 위험을 완벽하게 알아내지 못하는 비대칭 정보의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펼쳐질 경우 신용이 좋은 사람들은 차입하기를 기피하게 된다. 반면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려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연체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게다가 자금조달 비용 상승의 요인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편 CMA의 수시 입출금 서비스와 관련하여 작지만 여러 가지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MA에 예치된 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의 자금이체 요청에 따라 곧바로 출금처리를 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투자회사는 자체 자금을 사용해 출금처리를 한 후 RP 매각이나 MMF 환매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출금 시점과 자금회수 시점 간의 차이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금융투자상품의 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 리스크와 이들 리스크가 집중되는 데 따른 시스템 리스크의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하루 이틀의 입출금 시점 차이나 단기금융상품의 시장리스크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금융위기의 경험은 작은 위험이 한꺼번에 집중돼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CMA 출시로부터 촉발된 금융회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비용과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쟁’은 효율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매우 바람직한 존재다. 금융산업에도 ‘경쟁’이 여러 가지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금융론 분야의 오래된 연구 주제이자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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