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룽징에 윤동주.강경애 등 한국문인 추모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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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중국 룽징 (龍井) 이 간도 (間島)에서 활동했던 한국 문인들의 얼을 기리는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얼마전까지 중국 당국이 옌볜자치주 내 한국의 동포를 민족혼 확산과 이로 인한 파장을 우려, 상당한 압박을 가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과 교류가 재개된 이후 용정에서 일어났던 대표적 사건은 ▶일송정이 있는 룽징 비암산의 '선구자 탑' 폭파.제거 (92년.건립은 91년임) ▶룽징중학교 내 '윤동주 시비 (詩碑)' 건립 당시 제막식 무산 (93년 : 시비는 건립됨) ▶룽징 명동촌에 복원된 '윤동주 생가 옛터' 표지비의 강제 철거 (94년) 등 세가지. 하지만 텅 비어 있던 '선구자 탑' 기단 (基壇)에는 지난해 '일송정' 을 새긴 비 (碑)가 들어섰으며 급기야 지난 7월, 5년간 윤동주 생가 앞뜰에 묻혀 있었던 표지비까지 빈 기단 위로 복원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8일 역시 비암산에 '녀성작가 강경애 문학비' 가 들어섰다.

강경애 (1906~44) 는 짧은 생애 동안 '인간문제' 등 2편의 장편소설과 17편의 단편소설, 그리고 평론.수필.시를 발표했던 한국 여성문학의 선구자. 황해도 장연 출신으로 룽징에 머물면서 '인간문제' 등을 발표했다.

문학비 건립을 주도했던 사람은 최근 '강경애 전집' 을 엮어낸 이상경 (한국과학기술대.국문학) 교수인데 문학비 주변 경관조성과 진입 계단공사가 미완성인 채 남아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간 충북 옥천 출신 시인 정지용 (1902~미상)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옥천문화원이 주도하는 '정지용 시비' 건립은 내년 8월 '제4회 옌볜 (延邊) 지용제' 의 핵심행사로 진행키로 하고 현지 문화발전추진위원회 측과 협의를 끝낸 상태다.

시비가 들어설 곳은 룽징에서 가까운 옌지 (延吉) 의 연자별장 부근. 또 한사람은 함북 명천 출신으로 옌볜에서 활동을 했던 소설가 김창걸 (1911~1991) 이다.

그는 '암야' (暗夜) 등 리얼리즘 계열의 단편소설 20여편을 남긴 옌볜대 조문학부 교수였다.

문학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대 장백일 명예교수는 "IMF로 지연됐던 일을 재추진하기 위해 최근 현지를 방문해 협의를 진행했다" 고 밝혔다.

문제는 건립비용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 옌볜대 한 교수는 "두나라 교류 초기 한국측이 지나치게 '옛 우리 땅' 에 집착했고 이에 중국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 불상사도 생겼는데 요즘 들어서는 양측이 모두 일정 선을 지키는 추세로 들어섰다" 고 밝혔다.

옌볜 =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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