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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가보안법 필요성 인정한 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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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헌법재판소가 어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찬양.고무 등)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소지 등)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의 개폐를 둘러싼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헌재가 문제의 조항이 죄형 법정주의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국가보안법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헌재가 찬양.고무죄 등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개폐론자들이 그동안 이 조항의 남용 가능성 등을 끊임없이 지적하며 개폐 대상으로 꼽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는 1991년 법 개정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이 추가돼 확대 해석의 위험이 거의 제거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 폐지론보다는 개정론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헌재가 국가보안법 제7조의 존재 가치를 인정한 부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판부는 "형법상의 내란죄 등 규정의 존재와는 별도로 그 독자적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필요 최소한도의 제한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물론 이는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상 내란죄나 외환죄는 고전적이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국가의 자기안전.방어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한 종전의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 범죄의 경우 형법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국가보안법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옳다. 그러나 그것이 남북 분단의 냉엄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인 무장해제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 법률이야말로 법치국가에서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근간이자 무기가 아닌가. 우리가 국가보안법 문제를 남북관계 진전에 맞춰 단계적이면서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와 국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