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in 뉴스] 깃 없는 셔츠, 필드에서 막 입어도 되는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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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아놀드 파마 제공

회사원 안주연(35)씨는 최근 골프장에서 깃 없는 티셔츠 차림의 여성 골퍼를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필드에서 저런 옷을 입어도 되나?” 정답은 ‘된다’다.

골퍼 복장 매너 갈수록 유연해져

동일레나운 홍보팀 김세래나 팀장은 “최근 젊은 20~30대 골퍼가 늘면서 판에 박힌 듯했던 기존의 골프웨어가 점차 새로운 모양새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필드 위에서의 복장 매너도 점점 유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미국에서도 여성 골퍼들에게 카프리 팬츠(무릎을 반쯤 가리는 길이로 몸에 딱 붙는 반바지)나 큘롯 팬츠(치마처럼 보이는 짧은 반바지)는 물론 반바지도 금지했었지만 1990년대 말부터 반바지나 소매 없는 상의 등을 허용했다”고 소개했다. 코오롱 엘로드 디자인실 김인숙 과장은 “요즘 깃 없는 티셔츠를 즐기는 젊은 골퍼가 많아졌다”며 “그래도 티셔츠 안에 목덜미를 가릴 수 있는 목폴라를 받쳐 입거나 스카프를 매 줘야 쏟아지는 강한 햇살을 막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깃 있는 티셔츠 입기를 강조했던 필드 위의 매너는 이처럼 실용적인 목적에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98년 미국 LPGA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하면서 골프 인구가 늘었다. 더불어 골프웨어 디자인도 변하기 시작했다. 김인숙 과장은 “골프웨어가 일상생활에서 입는 캐주얼이 되면서 성인 캐주얼 시장에서 골프웨어의 비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닥스골프를 생산하는 LG패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골프복 시장은 젊은 골퍼들의 증가에 힘입어 한 해 1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주요 브랜드들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 자릿수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웃도어 입고 플레이 하는 골퍼도 많아

최근 골프웨어 트렌드 역시 젊은 골퍼들이 주도하고 있다. 아놀드파마 여미예 디자인실장은 “2006년엔 ‘패션을 보면 핸디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골프장에서 초보 티를 감추기 위해 해외 골프클럽에서 사 온 기능적인 디자인의 골프웨어 패션이 젊은 골퍼들 사이에 유행했다”며 “패션 리더들도 골프웨어를 일상복으로 여기고 관심을 쏟게 되면서 기능성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결합한 골프웨어가 트렌드가 됐다”고 밝혔다.

이러다 보니 요즘 인기 있는 아웃도어 의류와 골프웨어는 서로 닮아 가고 있다. 골퍼들 사이에선 “아마추어는 언덕으로 공을 찾으러 다녀야 하기 때문에 골프복보다 등산복을 입는 게 더 편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두 복종 사이 구분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해 올가을 골프 패션은 아웃도어 의류와 비슷하게 겹쳐 입기 좋은 옷들이 유행할 전망이다. 빈폴 골프 이은영 디자인 실장은 “소매나 옷에 다는 모자를 뗐다 붙였다 하는 형식도 있고 입고 벗기 편한 카디건 종류도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아디다스골프에선 아예 긴팔 티셔츠와 여기에 덧입는 반팔 티셔츠 세트를 선보였다. 아놀드파마 여미예 실장은 “비즈니스 목적의 라운딩이 많은 골퍼들이 세트로 된 골프웨어를 입으면 인상이 너무 진부해 보일 수 있다”며 “단품을 적절히 활용해 겹쳐 입기로 연출하면 어느 정도 격식도 있으면서 감각적인 골퍼로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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