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프 유혈사태' 협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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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73)가 귀국해 3주간 지속된 나자프 사태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영국에서 심장질환 치료를 마친 알시스타니는 25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도착하자마자 사태해결에 나섰다. 최고 종교지도자의 개입으로 정국이 시아파 저항세력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인간 띠 형성하라"=25일 오전 이라크 땅으로 돌아온 알시스타니는 "성지 보호를 위해 모든 이라크인은 나자프로 집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바스라에서 임시정부 각료 및 임시의회 의원들과 유혈사태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평화안을 제시했다. 치안을 위한 경찰을 제외한 모든 군대와 무장세력이 나자프와 쿠파에서 철수하고 임시정부가 나자프 전투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평화행진' 얘기가 나오자마자 나자프에 거주하는 시아파 수백명은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인구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최고지도자가 말한 것은 일종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26일 알시스타니가 나자프로 이동하면서 5만명 이상이 알리 사원 주변에 운집하고 있다. 이들은 미군과 이라크군, 그리고 마흐디군이 알리 사원을 떠날 때까지 연좌시위를 할 예정이다.

알시스타니가 도착할 당시 그를 따르는 군중 사이에서 무장괴한이 갑자기 경찰을 향해 총을 쏴 경찰이 응사하면서 군중 20명이 숨지고 70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 초조해진 임시정부=나자프 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6일 신병치료차 영국으로 출국한 알시스타니가 갑자기 귀국하면서 이라크 임시정부와 미군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의 '정신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의 의견을 무시한 행동은 사실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시정부는 알시스타니의 협상노력을 존중해 26일 24시간의 휴전을 선언했다. 과격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도 자신이 이끄는 마흐디군에 전투중지를 명령했다.

결국 마흐디군을 완전소탕할 '최종 공격'도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군은 26일 새벽 나자프와 쿠파에 대대적인 공습과 포격을 가해 90여명의 마흐디군 및 민간인이 사망했다.

◆ "시아파 저항 승리"=알시스타니가 중재에 나서면서 시아파 저항이 승리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벌써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알시스타니의 숙소와 이동로에서 수천명이 국기를 흔들며 '성전(지하드)'을 외치는 모습을 계속 방영하고 있다.

아랍어 일간 알쿠드스 알아라비는 26일 '나자프 사태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어느 쪽이든 시아파의 승리인 동시에 임시정부의 패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시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은 알사드르 사살, 체포, 평화적 협상 도출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임시정부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더욱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얘기다. 사살의 경우 '영웅' 알사드르를 추앙하는 복수공격이, 체포의 경우 석방을 위한 더욱 거센 무장투쟁이 이어질 것이고, 협상 성공은 임시정부의 마흐디군 소탕 실패를 의미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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