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이였기 때문에 그녀는 늙었다
한때 종달새였고 풀잎이었기에
그녀는 이가 빠졌다
한때 연애를 하고
배꽃처럼 웃었기 때문에
더듬거리는
늙은 여자가 되었다
무너지는 지팡이가 되어
손을 덜덜 떨기 때문에
그녀는 한때 소녀였다
채송화처럼 종달새처럼
속삭였었다
쭈그렁 바가지
몇가닥 남은 허연 머리카락은
그래서 잊지 못한다
거기 놓였던 빨강 모자를
늑대를
뱃속에 쑤셔넣은 돌멩이들을
- 최정례 (崔正禮.36) '늙은 여자' 중
젊은 시인인가 보다.
그래도 젊은이의 실험자국이 깨끗하게 가신 뒤의 정연한 묘사가 극약과도 같다.
좋은 느낌을 내내 일으켜 끝이 향기처럼 아쉽다.
한 노파의 풍경을 이렇듯이 그 저쪽의 과거로부터 싱그럽게 길어올려 아기이던 시절, 젊은 시절, 그리고 세상의 영욕에 길들인 시절들을 들어올려 오늘의 늙어빠진 괴멸 그것조차 이제 막 시작한 삶으로 바꿔놓는다.
아마도 20세기 말쯤 한국 시단에 여성시의 감수성이 제대로 꽃피어나는 건가. 다만 감각적인 것으로 마치지 말기를.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