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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용' 세제개편 안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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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따른 국정과제의 첫 후속조치로 '소득분배개선을 위한 세제개혁' 내용이 확정됐다.

공평한 과세를 통해 경제적.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 절대다수의 국민이 중산층이 되도록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 향상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산층은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최대의 희생자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세부담에 형평을 기하고 이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은 사회적 통합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도 불가결하다.

따라서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을 줄이면서 부 (富) 의 부당한 대 (代) 물림이 없도록 상속 및 증여세제를 개선하고, 음성탈루소득에 엄중 과세키로 한 기본방향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공평과세의 상징처럼 부각돼 온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2001년 소득분부터 시행키로 재실시 시기를 늦춘 데 따른 아쉬움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재벌개혁 등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대우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가뜩이나 혼미한 상황에서 조기실시에 따른 현실적 위험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계층간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호화.사치주택에 중과세하고, 특히 소비가 대중화된 생필품들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폐지한 것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바람직한 개편내용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제개혁의 기본정신과 정책적 배경에 얼마간 의문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이번 세제개편에 '민심관리' 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세부담의 형평을 통한 중산층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상속 및 증여 등 재벌과 '가진 자' 들에 관련된 부문은 가혹할 정도로 강경일변도다.

부가세 개선 시행시기를 여당의 입장을 감안해 추후논의키로 한 것 또한 내년 선거를 의식한 인상이 짙다.

고소득층 및 자영업자의 조세부담 강화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적대시하거나 대립적 관계로 부각시키는 것은 사회통합에 백해무익하다.

중산층 육성에 조세환경 개선은 한 수단에 불과하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보장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조세제도에서 공평성 못지않게 효율성도 중요하고, 소득재분배 못지않게 경제의 성장도 중요하다.

숨은 세원 (稅源) 을 찾아내고 세율은 낮춤으로써 형평성과 성장효과를 함께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중산층 육성은 인위적인 국가개입보다 기업을 통한 간접적 육성이 훨씬 효율적이다.

세제개편에서 '가진 자' 를 적대시하는 2분법은 경계돼야 한다.

조세의 형평성을 제고시키려다 경제활동을 왜곡시켜 또다른 불평등을 초래하거나 정치논리로 제도 자체가 변질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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