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상장사들 영업 정상궤도 진입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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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외환위기 이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상장기업들이 2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기업들의 영업이 비상국면에서 정상궤도로 들어서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상반기 1천원 어치를 팔면 18원의 손해를 보던 것이 올 상반기에는 27원의 이익을 올렸을 정도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기업의 영업 자체보다는 자산매각 등으로 인한 특별이익이 많아 흑자 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 순이익 왜 크게 늘었나 = 무엇보다 사업매각 등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산처분이익이 급격히 늘었다.

LG전자가 LCD사업을 매각하며 얻은 특별이익 등으로 9천억원대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나 동아건설이 김포매립지를 매각해 5천5백49억원의 특별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전환한 것 등이 좋은 예다.

또한 지난해 6월말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16%였던데 반해 올 6월말에는 절반 수준인 연 8%대로 떨어진 만큼 금융비용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상장사들의 특별이익 발생이 2조~3조원대, 금융비용 감소가 1조4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고 밝혔다.

게다가 자회사의 순이익 중 투자지분 만큼을 모기업에 더해주는 지분법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상당한 유가증권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 부채비율 대폭 줄어 = 상장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2백%의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올 상반기 중 유상증자와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기자본 (은행업 제외) 을 53.5%나 증가시켰다.

반면 차입 억제로 총부채는 전년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쳐 제조업제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3백29.3%에서 2백7. 7%로 급격히 떨어졌다.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전체 매출액은 4.7% 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자산매각으로 기업들의 사업분야가 축소된 때문으로 분석됐다.

◇ 기업별 성적 = 올 상반기 매출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17조6천억원을 기록한 현대종합상사였으며 순이익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1조3천4백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기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상장법인은 국민은행으로 전년 64억원에서 4천2백47억원으로 60배 이상 늘어났으며 조흥화학은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 (3백26%) 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원제지와 비티아이.미래산업 등은 부채가 자기자본의 10% 이내를 기록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그룹별 명암 = 30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과 LG계열 상장사들이 상반기 각각 1조6천7백억원과 1조4천3백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 2위를 차지했다.

쌍용과 한화 등 8개 그룹이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상반기 각각 5조원과 2천억원대의 적자를 낸 현대와 대우계열사들은 올해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으나 각각 2천8백56억원과 6백79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 향후 전망과 과제 = 문제는 이같은 흑자 달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분석담당자들은 올 하반기 순이익 규모는 상반기 수준을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서홍석 수석연구원은 "자산매각은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고 더 이상 인원을 줄여 비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며 "하반기에는 금리가 다소 오를 것으로 보여 상반기와 같은 이익 실현은 어렵다" 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윤재현 차장은 "이익 규모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경기회복과 엔화강세를 바탕으로 하반기 이후에는 영업부문의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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