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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지역 침수주택 붕괴위험에 주민들 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경기도 파주지역 주민들은 두차례나 침수된 주택의 안전을 믿을 수 없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7시 파주시 문산읍 문산4리. 마을 전체가 96년 7월에 이어 이번 집중호우에 또다시 물에 잠긴 곳이다.

올해는 무려 4~5일 동안 침수됐었다.

복구작업이 한창인 골목길에서 만난 신정옥 (申貞玉.67.문산4리9) 할머니는 다짜고짜 자신의 여인숙 안으로 취재진을 잡아 끌었다.

"집안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담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깔려 죽을 뻔 했어!" 지상 2층.연면적 38평 규모의 이 여인숙은 5일간 지붕까지 물에 잠겼다.

申할머니는 지난 8일 3m 높이의 1층 담벽 3m 가량이 집안으로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다.

겁이 난 할머니는 다음날 30만원을 들여 벽체부터 보수했다.

이때까지 이 집은 침수주택으로 분류돼 있었다.

곧바로 읍사무소 달려간 申할머니는 '반파' 로 정정해 신고했다.

"벽체 곳곳이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지고 뒤틀린데다 건물 외벽마저 바깥쪽으로 기울고 있어 언제 무너질지 모를 상황이야. " "불안해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는 申 할머니. 어디에 이같은 고충을 하소연해야 할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다.

경의선 철길로 물이 넘치면서 문산읍내에서 가장 먼저 침수피해를 당한 문산4리17 조정희 (曺貞喜.74) 할머니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28평 규모의 단층 한옥은 담장과 화장실이 무너지고 벽 곳곳에 금이 갔다.

曺할머니는 "대피소에 무한정 머물 수도 없어 불안하지만 집으로 들어가야 할 판" 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 민병호 (閔丙浩.53) 이장은 "침수된 주택은 스며든 물기가 완전히 빠지고 나면 겉보기에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금이 가고 뒤틀리기 마련" 이라며 "앞으로 추가적인 침수주택 피해조사 및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실시중인 정밀안전진단에서 일반주택이 제외돼 있다는 것은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에서 보다 많은 전문인력을 동원해 문산 지역 주택의 안전을 정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한편 파주시는 지난 5~10일 건축사 7명과 공무원 등 25명으로 긴급점검반을 편성, 시 전체 침수가구 2천2백70채의 안전을 점검했으나 이는 그냥 눈으로만 살펴보는 수준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건교부에서도 정밀안전진단팀이 나와있지만 인원이 5명에 불과해 아파트 등 다중 이용시설 12곳을 점검하고 있을 뿐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침수주택의 경우 복구지원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무조건 '위험하다' 고 주장하는 사례도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면서 "일반주택의 경우 주민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오는 21일까지 건축사 2명과 시 건축직 공무원 1명으로 운영하는 '건축상담실' 에서 정밀점검을 실시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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