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해안가에 유럽풍 이주단지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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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기장군 해안가에 유럽풍 이주단지가 들어선다.

관광단지에 편입된 주민들이 옮겨 올 기장군 이주단지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동부산관광단지 예정지역 주민들이 옮겨 갈 기장읍 시랑리 해안 10만1243㎡(3만680평)에 146채로 이뤄진 명품 이주단지를 조성한다고 5일 발표했다.

이 마을은 건축물 배치, 형태, 색채, 경관 계획 등 설계는 부산국제건축문화제에 작품을 낸 국내·외 교수 20여명이 맡는다. 가구당 350㎡(106평)규모로 주변경관과 어울리게 꾸미고 정원도 넣는다. 건물모양은 유럽풍, 이슬람형 등 해안에 어울리게 지을 예정이다.

주민들은 집 높이를 2층이내(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15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협약을 부산시·기장군과 맺었다. 부산시는 모든 인·허가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내년 말까지 마을을 준공하기로 했다. 이주단지 주민들이 행정기관, 전문가 등과 합의해 용적률을 낮추고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개발하는 조건으로 이주하기는 드문 일이다.

시랑 이주단지에는 9개 마을 146가구가 입주한다.

이가운데 당사리 마을(61가구) 주민들은 태양열과 수소를 이용해 전력과 난방을 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로 꾸미기로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동부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마을전체가 들어가는 것이 확정된 2006년 1월에 마을주민들이 모두 이주해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후 주민들은 마을 총회를 열어 대책위를 구성하고 수십 차례 회의를 가졌다. 그때마다 회의록을 만들고 합의사항은 공증을 받았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9월 마을총회에서 부산 기장읍 시랑리 이주단지에 모두 이주하되 일조권 조망권 등을 고려해 마을 주택의 층수를 2층 이하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지역은 건축물을 4층(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150% 이하)까지 지을 수 있는 1종 주거지역이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해안가 경치가 좋은 앞쪽에 4층까지 지을 경우 나머지 주민들의 조망권 침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주민 대표들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등 전국의 이주단지 150여 곳을 돌아보며 벤치마킹을 했다. 명품 이주마을을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꿈은 오는 16일 시범주택 3채 착공으로 현실화한다. 나머지 주민들도 건축허가를 받는 대로 공사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에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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