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살리기운동 확산…시민단체 100여곳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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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 해제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경실련 등 27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그린벨트 살리기 국민행동' (이하 국민행동) 은 지난달 22일 건설교통부가 그린벨트 해제안을 발표하자 서울에서 잇따라 항의집회와 단식농성 등을 벌인 데 이어 이달부터 지역별 무효화 투쟁에 돌입했다.

특히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졸속행정' 으로 규정한 국민행동에는 여성단체.전문가단체.지역단체 등 각계의 참여가 봇물을 이뤄 6일 현재 참가단체만 1백여곳에 이르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이렇듯 한몸을 이뤄 '그린벨트 사수 (死守)' 를 외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민행동측은 우선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입을 모은다.

전면 해제가 결정된 진주. 제주. 춘천.여수. 통영.청주. 전주권 등 7개 중소도시 권역 중 춘천.진주권은 환경영향평가에서 상수원 오염방지를 위해 보전지역 1순위로 나왔는데도 건교부가 이를 묵살하고 끼워맞추기식으로 해제를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통영은 한려해상 오염방지를 위해, 여천은 공단지역이어서 오히려 확대지정이 필요한데 해제가 되는 등 잣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 해제 - 후 계획' 원칙을 따르다 보면 무모한 도시개발과 부동산투기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미 해제가 결정된 곳은 해당 지자체들이 카지노.골프장.위락시설 등 대규모 시설개발 계획에 나서고 있는 지역들이어서 그린벨트가 '위락벨트' 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밖에 해제.규제지역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것도 반대이유로 들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박용신 (朴勇信) 간사는 "그린벨트 해제는 재산권 보장 등 주민불편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오히려 불신만 증폭시켰다" 고 주장했다.

대학교수.전문가 등 2천여명으로 구성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도 "그린벨트로 지정된 14개 권역의 기본골격을 유지하고 합리적인 도시계획을 세운 뒤 해제지역을 다시 선정할 것" 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국민행동측은 "정부와 주민.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린벨트 협의회 (trust) 를 구성해 투명한 잣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며 풀 곳은 풀고 묶을 곳은 묶어 그린벨트 면적에는 변함이 없는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그린벨트 해제가 환경훼손.상수원오염.도시개발.교통영향 등에 미칠 종합평가를 다시 해야 하며,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대책마련에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사유재산은 정부가 단계적으로 사들여 공익을 위해 계속 보전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국 지역단체들과 연계해 '1백만 서명운동' 을 벌이는 한편 수천명이 동시에 릴레이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달 중 그린벨트훼손.땅투기 고발센터를 지역별로 설치하고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의 그린벨트 소유현황도 공개할 계획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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