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해 남양주.장흥 주민들 연천 찾아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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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아닙니까. 지난해 수해 때 큰 도움을 준 '친구들' 이 곤경에 처했는데 모르는 척 하면 도리가 아니죠. "

6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 주변마을. 지난해 수해로 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았던 이순이 (李順伊.52.남양주시 진접읍) 씨 등 남양주시 여성단체 협의회 회원 60여명이 지붕이 무너지고 가재도구가 송두리째 진흙에 잠긴 폐허속에서 복구작업을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찌는듯한 더위속에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로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지만 미리 준비한 세제를 풀어 방안을 닦아내고 젖은 옷가지를 빨아 말리느라 이마에 두른 수건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李씨는 "당해본 사람만이 아픔을 안다" 며 "생필품도 중요하지만 세제 등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회원들이 직접 비누를 만들어 가져왔다" 고 말했다.

남양주시 주민들이 수해복구를 위해 연천군을 찾은 것은 96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지난해엔 거꾸로 남양주시에 집중호우가 내려 가옥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보자 연천군 주민들이 생필품을 들고 찾아가 수해복구를 돕는 등 4년동안 세번이나 '주고 받는' 보은의 수해복구 릴레이가 펼쳐졌다.

연천군 백학면 노곡1리에서도 지난해 수해 당시 이 지역주민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외미마을 주민 30명이 찾아와 수해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임진강의 범람으로 1백여가구가 침수되고 1백20만평의 농지가 매몰된 노고1리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흙탕물 범벅인 가재도구를 닦아내는 등 주민들의 일손을 덜어줬다.

특히 4명의 중학생들이 함께 와 어린이들을 돌봤다.

조기철 (趙基鐵.52.회사원) 씨는 "지난해 수해 당시 연천주민들이 베푼 사랑과 도움을 잊을 수 없어 휴가를 내서 왔다" 며 외미마을 주민들이 돈을 갹출해 마련한 쌀.양말.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이밖에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부녀회와 적십자회원 30여명, 포천군 일동면 주민 20여명 등 지난해 수해당시 연천군 주민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이웃들도 '사랑과 보은의 자원봉사' 를 펼쳤다.

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본 노곡1리 홍승의 (洪承義.52) 씨는 "먼 곳으로부터 복구작업을 위해 달려온 이웃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며 "앞으로는 수해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연천 = 정제원.이상언.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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