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 설겆이 '나홀로 자원봉사' 이미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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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웃을 돕는 일인데 혼자면 어떻고 여럿이면 어떻습니까. "

5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연천군청 본관 앞 수재민 무료 급식소. 천막으로 만든 임시 급식소 안팎을 음식을 들고 나르는 연천군 적십자부녀회원들의 발길이 분주한 가운데 한쪽 구석에서는 한 여대생이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의정부에서 홀로 달려와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대진대생 이미영 (李美英.23.환경보호4) 씨다.

방학도 잊고 한창 취업준비를 하던 중이지만 수해주민들의 고통을 못본 체할 수 없어 홀로 짐을 챙겨 이곳을 찾았다.

연천군청에 자원봉사를 신청한 단체는 1백개를 넘지만 혼자 몸으로 찾아와 신청하기는 李씨가 처음.

"전곡에 있는 고향집도 비 피해를 보았어요. 인삼밭이 다 망가졌더라고요. 좀 거들려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정 그러면 다른 사람이나 도우라' 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짐을 싸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

이곳 급식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끼니마다 줄잡아 7백명분. 이에 따라 李씨는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쉴새없이 설거지를 해댄다.

함께 일하는 적십자부녀회원들은 집이 가까워 출퇴근을 하지만 李씨는 군청 3층에 마련된 수재민대피소에서 수재민들과 같이 잠을 잔다.

그녀를 지켜본 부녀회원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싹싹한데다 다부지게 일을 잘한다" 고 칭찬이 자자하다.

대학 1, 2학년때 방학마다 옷집.닭갈비집 등에서 점원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를 마련, '또순이' 로 통하는 李씨는 지난해 여름방학 내내 포천의 한 청각장애인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을 정도의 '봉사매니어' 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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