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우씨의 7개은행 집담보대출 비교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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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은행마다 주택 담보 대출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와 달리 대출액.이자.상환방법 등의 조건도 좋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엄재우 (42.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사업 자금을 빌려 쓰기로 하고 인근 은행을 찾아 다니며 대출조건을 따져 보았다.

아파트는 입주 2년 된 새 것으로 1천70가구 대단지의 로얄층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시세는 1억3천5백만원. 등기부상으로 가압류.근저당.전세권 등 다른 '하자' 는 전혀 없는 상태다.

◇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나 = 대부분 은행이 엄씨 아파트의 재산가치를 현시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아파트의 비인기층 최하 시세 (1억2천만원) 를 감정가로 삼았다.

대출한도는 감정가격의 70~80%.여기에 선순위 저당권 설정금액.임대차보증금 (전세금).소액임차보증금을 빼고 대출액을 산정했다.

<엄씨의 경우는 대출을 받고 난 후 전세를 줄 것에 대비, 법적으로 정해진 소액임차보증금을 공제했다.>

소액임차보증금은 방 하나당 8백만원 (서울지역은 1천2백만원) 으로 엄씨 아파트는 방이 3개이므로 총 2천4백만원을 뺐다. 이와 같은 계산으로 엄씨 손에 쥐어 쥘 수 있는 대출금은 적게는 6천만원 (신한은행)에서 많게는 7천8백만원 (국민은행) 까지 였다.

◇ 이자는 얼마나 부담해야 하나 = 대출금리는 10%내외. 하나은행이 연리 9.45%로 가장 낮았고, 신한.조흥.한빛.한미.국민은행은 10.45~10.55%, 주택은행은 7개 은행 중 가장 높은 11.75%를 적용했다.

금리를 따지려면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도 체크해야 할 일. 변동금리는 시중금리에 연동돼 수시로 변하는데 조사결과 대부분 은행이 변동금리를 제시했다.

◇ 얼마 동안 쓰고, 어떻게 갚아야 하나 = 엄씨는 최대한 몇 년까지 대출금을 쓸 수 있는가도 궁금했다. 은행별로 10년부터 최장 33년까지 마음놓고 돈을 운용할 수 있었지만 상환방법에 있어서는 크게 달랐다.

단순히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모두 갚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원금과 이자를 매달 상환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10년까지 대출해준다고는 하나 사실은 1년 대출이나 마찬가지. 매월 이자만 내다가 만기일에 전액 상환을 하거나 다시 대출연장을 해야 한다. 단지 10년까지 연장계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흥은행은 20년간 대출해주면서 3년에 한 번씩 대출금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환토록 요구하고 있다. 30~33년간 쓸 수 있는 국민.한빛.신한.주택 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매달 갚아야 한다.

대출기간과 상환방법만 따지면 단기간 돈이 필요한 사람은 하나.한미 은행이 좋고 중간중간 목돈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조흥은행이 유리하다. 나머지 은행은 수입이 고정적인 봉급자에 적합할 듯.

◇ 조기상환 수수료를 물리지 않나 = 빌린 돈을 만기 전에 중도상환할 경우 '벌칙성 수수료' 를 받는 은행도 있다. 주택은행은 남은 기간에 따라 1~1.2%의 수수료를 받는다.

신한은행의 경우는 잔여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엔 0.5%, 1년 이상이면 1%를 물린다. 한빛은행도 첫 달 이자를 안받는 대신 1%의 조기상환수수료를 적용한다. 대출기간이 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 저당설정 비용은 차이가 있나 = 모든 은행이 저당권 설정비를 대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은행별로 두루뭉실하게 60만~90만원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국민은행측이 제시한 설정비용은 다음과 같다.

설정액을 9천3백60만원으로 할 때 ^담보조사 수수료 및 인지대 10만원^법무사수수료와 법적 비용 (등록세, 교육세, 주택채권 매입할인) 60만5천6백80원으로 총 70만5천6백80원. 꼼꼼히 비교한 엄씨는 은행 한 곳을 마음속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엄씨는 같은 대출을 받으려는 이웃사람에게도 이같은 조사목록을 귀띔해 줄 생각이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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