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지분 6개월~1년 내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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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 펀드가 외환은행 지분을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론스타 창업자인 존 그레이켄 회장은 “한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우리에게 찾아와 ‘팔고 싶을 때 팔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6개월에서 1년 내에 매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각 희망 시점을 대체적으로나마 정한 게 관심거리다. 하지만 그는 외환은행 지분을 살 잠재적 매수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파는 데 장애가 되는 법적인 문제는 모두 제거된 상태라고 전했다. 론스타는 2007년 영국계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60억1800만 달러에 파는 계약을 했으나 실제 매각엔 실패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 줄 수 없다며 심사를 미루는 동안 론스타와 HSBC 사이의 가격 재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존 그레이켄 회장의 발언을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외환은행 지분을 팔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해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6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만4000원 선으로 올랐다. 또 국내외 은행들이 고비를 넘기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고려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지난해보다는 훨씬 커졌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측은 “어떤 뜻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지난 8월 취임 직후의 기자간담회에서 “아직은 매각 시기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금융권 재편을 논의하려면 적절한 환경이 돼야 하는데 적어도 올해는 은행들이 수익 구조와 외화차입 구조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수합병(M&A) 경쟁은 경제 여건이 확실하게 개선된 뒤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감독당국의 뜻을 은행들에 전달한 셈이다.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뜻을 밝힌 곳은 산업은행, KB금융지주, 농협, HSBC 등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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