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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평가위 보고서 무얼 짚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8일 공개된 정책평가위 보고서는 국민연금 확대 실시.기업 구조조정 등 국민의 정부 2년차 상반기 주요 업무에 대한 일종의 성적표다. 물론 수치로 계량화되거나 부처간 우열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각종 개혁정책의 공과 (功過) 를 총점검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 어떻게 평가했나 = 민간 평가위원들과 국무조정실의 합작품이다. 평가작업은 평가계획서 작성→현장확인→토론과 보고서 작성의 세 단계를 거쳤다.

지난 5월 14일 정책평가위원회는 과제별 평가계획서를 작성한 뒤 국무조정실 직원들과 함께 해당 부처 방문 등 현장확인을 실시했다. 학계.연구소.업계 인사들로 구성된 29명의 민간 평가위원들은 분야별 평가작업반도 구성했다.

관련 업계 인사들이 포함된 이유는 지난해 평가작업이 자화자찬이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때문이다.

평가대상으로 꼽은 37개 중앙행정기관의 64개 주요 정책과제는 연초에 각 부처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들이다.

◇ 정부 정책 뭐가 미흡했나 = 경제분야에서 도마에 오른 부분은 조세체계의 불합리다. 사업소득자에 대한 세원 (稅源)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국민연금 확대 실시.의료보험 통합 등이 발표되는 바람에 근로소득자들의 반발을 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것. 평가위원회는 "불합리한 조세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미흡했다" 고 덧붙였다.

기업 구조조정도 각 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의 이행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지 않은 채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한 점이 지적됐다.

평가위는 제일.서울은행 매각 지연과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선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 방침과 달리 실제 경제교류 사업이 부진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일 어업협상도 홍보 미숙 등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회 분야에선 교육부의 '두뇌한국 (BK) 21' 사업이 질책을 받았다. 계획 수립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특혜 시비가 나오고 이로 인해 대학간 갈등을 야기했다는 것.

공직자 10대 준수사항.화성 '씨랜드' 화재 사고는 정부의 64개 정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점과 사고원인 규명 및 수습과정에서 엉터리 행정이 폭로됐고,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믿음이 실추됐다는 점에서 실패 사례로 지적됐다.

평가위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 사건, 옷 로비 사건 등으로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작업에 대한 국민의 냉소를 자아냈다며 근본적인 부패방지 종합대책을 주문했다.

◇ 향후 조치 = 국무조정실은 일단 지적사항에 대한 실천계획을 부처별로 수립, 시행할 것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평가위는 이번 평가보고서에서 부처별로 '잘한 점' '미흡한 점' 만 구분, 상대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감안해 하반기 업무평가 때는 제한적인 계량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말에 정부기관의 주요 시책 및 민원 서비스에 대한 국민만족도 조사도 할 예정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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