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지붕 맞수'] 대형 OLED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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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삼성SDI 17인치 OLED

▶ 삼성전자 14.1인치 OLED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I 간의 '내부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24일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에서 14.1인치와 17인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나란히 전시했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 5월 세계 최대 크기인 17인치 제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 사실을 이날 전시회를 통해 전격 발표했다. OLED는 시야각이 넓고 반응속도가 빠르며 전력도 적게 드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기술적 문제로 대형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양사가 이날 선보인 대형 OLED 제품은 개발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SDI가 '저온폴리실리콘' 방식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아몰포스실리콘' 방식을 채택한 것. 저온폴리 방식은 화질이 뛰어난 반면 가격이 비싸다. 반면 아몰포스 방식은 화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형OLED 사업에서는 삼성SDI와 충돌하는 일이 없겠지만 대형OLED에 대해서는 (경쟁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LCD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디스플레이가 OLED인 만큼 삼성전자가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삼성전자와의 '선의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내보였다.

삼성SDI 관계자는 "대형 제품에 사용되는 능동형 OLED 기술은 이미 2001년부터 개발하고 있어 삼성전자에 비해 기술력이 훨씬 앞선다"고 주장했다. 삼성SDI는 1990년대에 TFT-LCD를 먼저 개발해놓고도 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보한 '아픈 기억'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삼성의 경영 방식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양사 간 기술 우위가 뚜렷해지면 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상완 사장은 이날 "3분기에 LCD 가격이 상반기에 비해 2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같은 영향으로 4분기에는 LCD모니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대구=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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