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행정 조직 1/3 통폐합 … 특구는 5배로 늘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개혁·개방은 중국의 오늘을 만든 일등 공신이다.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문화 발전 모두가 여기서 시작됐다. 그 발원지는 광둥(廣東)성 선전(深

)이다. 요즘 이곳에선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30년 양과 하드웨어에 치중했던 1세대 개혁을 질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돌리기 위한 변화다. 물론 이 같은 개혁은 중앙정부의 의지다. 선전의 시스템 개혁성과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2세대 개혁의 선장은 왕룽(王榮) 선전시장이다. 그는 개혁의 핵심은 행정3분(行政三分)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행정권을 정책결정과 집행·감독 등 세 부분으로 나눠 행정단위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싱가포르에서 시행 중인 제도인데 말하자면 정치 삼권분립 전에 행정 삼권분립을 시험해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물론 여기에는 행정기관의 지나친 권한으로 파생하는 고질적인 공직자 비리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이미 가동했다. 우선 조직 통폐합이 눈에 띈다. 모두 15개국 단위 부서가 없어졌는데 이는 전체 행정조직의 3분의 1에 달한다. 대표적인 통폐합 부서는 무역공업국·인사국·규획국·건설국·교통국·위생국·문화국 등이다. 이들 부서 모두 정책결정과 집행 및 감독 기능까지 장악해 매년 공직자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이들은 모두 신설된 7개 관련 위원회 산하로 흡수되면서 권한이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각 위원회에는 민간 전문가도 영입해 행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16개 국장급 간부는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춘 엘리트로 채워졌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2세로 젊어졌고, 50세 이하도 4명이 포함돼 있다. 학력도 높아져 11명이 석사 이상 학위를 갖고 있다. 왕양(汪洋) 광둥성 당서기는 최근 이를 두고 “선전의 행정개혁은 중국 지방정부 행정개혁의 모델이며 또 다른 개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공직자들의 반대가 심해 몇 차례 좌절도 겪었다. 특히 조직개편을 주도하는 시정부 내 개혁세력에 대한 투서도 빈발해 조직개편이 도중에 중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행정개편과 함께 경제특구 면적도 5배나 늘어났다. 지난 5월 국무원이 승인한 ‘선전시 종합개혁방안’에 따르면 1980년 8월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 특구의 면적을 현재의 395㎢에서 1948㎢로 확대했다. 특구 내 입주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첨단기업 위주의 질을 위한 개편이다. 생산량 위주의 기업은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늘어날 특구에 들어서는 공업구에는 모두 첨단기술기업 입주만 허용된다. 2008년 현재 특구 내 첨단 업종 기업은 총 3000여 개로 이들의 생산액은 중국 전체 첨단기술기업 생산액의 60%에 달하는데 향후 10년 내 그 비중을 80%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근로 여건도 선진국형으로 변화 중이다. 이미 지난 5월부터 1000여 개 기관 및 단체를 대상으로 1일 8시간 표준 근로제 대신 업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부정시(不定時) 근무제’ 및 ‘근무시간 총량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선전시 민정국은 5월 당원대표대회를 열어 26명의 후보 가운데 9명의 당 위원과 7명의 기율검사위원 등 지도부를 직접 선출하는 이른바 ‘공개추천 직선제’를 실시했다. 당의 민주화를 위한 수순이다. 선전대 행정관리학과 마징런(馬敬仁) 교수는 “현재 선전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변화는 80년대 개혁·개방 초기의 혁명적 발상을 연상시키고 있는데 이는 향후 30년 동안 중국사회 선진화를 위한 시발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