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3위 선박회사 유동성 위기 … 수주 많은 한국 조선사에 불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세계 3위의 컨테이너 선박회사인 프랑스의 CMA CGM이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을 고려 중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이 업체가 한국 조선업체에 발주한 물량이 적지 않아 선박대금 지불 연기나 계약 취소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FT에 따르면 CMA CGM은 해상운임 하락과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로 수익이 악화돼 채권은행단에 채무 상환을 1년간 유예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CMA CGM은 프랑스 등 유럽은행들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은행들이 참여하는 채무조정 위원회를 구성했다.

FT는 “한국의 수출입은행이 위원회에 포함됐다”며 “한국 조선업체들에 대한 신규 발주를 취소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CMA CGM은 프랑스 정부에도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도미니크 뷔스로 교통담당 국무장관은 “경제 관련 부처가 은행 측과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전문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앞으로 인도할 선박 가운데 CMA CGM으로부터 수주한 것은 모두 37척이다. 현대중공업 9척, 삼성중공업 5척, 대우조선해양 7척 등이다. CMA CGM이 발주를 취소하거나 잔금 날짜를 늦출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CMA CGM이 다른 국가보다 특히 한국 업체들과 거래를 많이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수주 물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회사가 이미 상당한 금액을 지불한 선박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납기 연장 등의 문제가 생기면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조선업체들은 납기 연장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업체에 대한 발주를 유도하기 위해 CMA CGM에 5억 달러를 대출해준 수출입은행도 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선박을 담보로 잡고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모라토리엄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채권단과 협의해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시중은행들은 CMA CGM에 대출이나 보증을 선 게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름세로 출발하며 한때 1700 선을 넘었지만 CMA CGM의 모라토리엄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로 기울어 전날보다 16.91포인트(0.99%) 떨어진 1673.14로 마감했다. 한진중공업(-10.9%)·현대중공업(-9.55%)·대우조선해양(-9.47%) 등 조선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CMA CGM 소식은 세계 해운시장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며 “CMA CGM은 국내에 컨테이너선 발주를 많이 하고 있어 조선·해운업에 악재”라고 말했다.

염태정·손해용·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