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집안 수사' 그만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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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에 대해 독자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난관에 부닥쳤던 여야간의 특별검사제 도입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다.

특검제 전면 도입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이 검찰의 수사착수에 자극받아 '파업유도' 발언과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특검제를 실시하자는 여당측 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검찰의 독자수사 착수를 두고 야당측에서는 '특검제를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 이라고 비난하며 수사 유보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검찰은 수사 강행 방침을 밝혔다.

검찰이 고발사건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들도 이 사건의 진상이 빨리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정치권의 특검제 도입 논의가 사건 발생 40일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였으니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는 검찰의 입장도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계기야 어떻든 정치권의 특검제 논의가 가닥이 잡힌 상태에서 굳이 검찰이 독자적인 수사를 강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검찰의 지적대로 국회에서 법이 마련되고 특별검사가 임용돼 수사팀이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특검제 협상 타결이 임박한 마당에 검찰의 독자수사가 이뤄진다면 이중수사가 될 것이다.

검찰은 특검제가 도입되면 수사자료나 결과를 넘겨줄 것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특별검사팀이 가동되면 중복 수사는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다. 검찰은 지휘선상에서 독립된 사실상의 '특별검사' 들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엄정한 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독자수사에 벌써 장애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고발인들이 "특검제를 무산시키기 위한 검찰의 전략에 이용되지 않겠다" 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점은 안타깝지만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검찰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전직 검찰간부가 관련된 사건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직전의 상사요 동료였던 '집안 식구' 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 결과를 쉽게 믿어줄 사회분위기가 아니다.

우리는 검찰이 최근 실추된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전과 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 이번 수사 방침도 그같은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것이겠지만 '파업유도' 사건은 사회적 요구로 제한적이나마 시행되는 사상 초유의 특검제이니만큼 특별검사에게 맡겨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정치권도 더 이상 진상규명이 지연되지 않도록 특검제 시행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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