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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고주파 열치료술 "효과 좋다"도입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전이성 간암까지 치료할 수 있는 첨단간암치료법이 국내 의료계에 잇따라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주파 열치료법이란 우측 상복부의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전극을 암세포까지 찔러넣은뒤 1백도 가량의 고주파열로 태워 죽이는 치료법. 현재 삼성서울병원. 한양대병원. 부산백병원. 부산동아대병원. 원자력병원에서 시술 중이며 서울대병원도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센터 임효근 (林孝根) 교수팀은 최근 65명의 간암환자에게 고주파 열치료를 한 결과 원래 간에서 생긴 간암 (원발성 간암) 은 물론 다른 장기에서 간으로 전이된 전이성 간암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치료후 추적관찰이 가능했던 전이성 간암환자 6명에게서 모두 암덩어리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

거의 같은 시기에 고주파 열치료술을 도입한 한양대병원 진단방사선과 임현철 (林賢哲) 교수팀도 "20명의 전이성 간암환자를 포함, 44명의 간암환자에게 시술해 90%이상의 성공률을 보였다" 고 밝혔다.

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간암 고주파 열치료는 미국식품의약국 (FDA) 의 공인을 거쳐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천여명의 간암환자에게 시술됐다.

현재 수술을 비롯해 알콜주입술.동맥색전술.홀뮴키토산 등 다양한 간암치료법이 쓰이고 있지만 전이성 간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된 것은 고주파 열치료법이 유일하다. 전이성 암세포는 섬유화가 심해 알콜이나 홀뮴키토산 등 기존 암세포 파괴물질이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이성 간암환자들은 항암제 투여가 최선. 그러나 구토.전신 쇠약.탈모 등 극심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나마 크기를 조금 줄여줄 뿐 완전히 사라지게 하진 못했었다.

고주파 열치료는 원발성 간암에도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서울병원이 원발성 간암환자 22명을 조사한 결과 26개의 암덩어리 중 22개가 완전히 없어졌으며 나머지 4개도 90% 이상 괴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고주파 열치료도 모든 간암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지름 4㎝이내인 종양이 1개이거나 3㎝이내의 종양이 3개 이내일 때 ▶복수나 혼수가 없고 ▶출혈경향이 없는 사람이 대상.

한양대병원 林교수는 "지름 5㎝가 넘는 전이성 간암환자 10명에게 시술해 이중 8명의 암덩이를 90%이상 괴사시키는데 성공했다" 고 밝혔다. 시술기법의 발달로 치료대상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셈.

그러나 대장암처럼 간으로만 전이되는 특성을 지닌 암이라야만 한다. 위암.폐암.유방암처럼 간 이외 다른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퍼지는 전이성 간암엔 효과가 불확실하다.

그러나 암덩어리가 사라졌다고 해도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잔류 암세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일단 암덩이가 사라지면 생존기간이 늘어나며 증상도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시술은 하루 입원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으며 비용도 3백만원 정도로 통상 7~8백만원의 비용과 2주간 입원해야 하는 수술보다 경제적이기도 하다. 시술 도중 복통 (13%).뜨거운 느낌 (5%) 을 겪는 이도 있으나 시술 후 모두 사라져 부작용도 경미한 편.

삼성서울병원 林교수는 "고주파 열치료법이 효능이 국내외에서 속속 입증되고 있어 연말까지 국내 20여개 병원으로 확산될 것" 이라고 밝혔다.

홍혜걸 기자.의사

원발성 간암엔 어떤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고주파열치료와 수술간 치료성적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상태. 고주파 열치료가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완치가능성은 수술이, 편의성과 비용은 고주파열치료법이 우월하다" 고 평한다.

그러나 70세 이상 고령, 심장과 폐가 나빠 마취가 어려운 경우, 간의 오른쪽과 왼쪽 엽 모두 암이 있는 경우, 간경변이 심한 경우 등 수술이 어려운 경우엔 비수술적 요법을 받아야한다.

알콜주입술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비수술적 요법의 하나. 그러나 고주파 열치료법에 비해 단점이 많아 점차 사양화되어 가는 추세다.

미 학술지 라디올로지는 최근 미국과 이탈리아연구진의 공동연구결과를 인용, 고주파 열치료법의 괴사성공률이 90%였으나 알콜주입술은 80%였다고 발표했다.

알콜주입술은 시술도중 통증이 심하고 종양 크기가 3㎝가 넘으면 6차례 이상 시술해야해 번거롭기도 하다.

간동맥색전술이나 홀륨키토산치료법은 지름 4㎝가 넘어 고주파열로 직접 태워 없애기 어려운 간암이나 수술전 종양의 크기를 줄여주는 용도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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