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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손님 몰린다” … 유통업계에 ‘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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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타임스퀘어에는 고객이 오래 있어도 답답해하지 않도록 천장을 투명 유리로 만든 공간이 많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24일 오후 국내 최대 규모 몰(mall)인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연면적 37만㎡에 호텔·신세계백화점·이마트·서점·영화관·레스토랑이 들어와 있는 이곳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안내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주차 안내 코너를 누르자 차량번호 끝 네 자리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떴다. 번호를 넣으니 차량 사진과 함께 주차 위치와 찾아가는 길이 나왔다. 이는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경방과 신세계가 일본 회사에 의뢰해 개발한 시스템이다. 매장이 너무 넓어 고객이 주차한 곳을 찾기 어려워할까 봐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용산 아이파크몰, 부산 센텀시티에 이어 타임스퀘어가 문을 열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몰 바람이 불고 있다. 개장을 앞둔 곳도 많다. 현대백화점이 내년 8월 일산 레이킨스몰에 백화점을 연다. 현대는 2011년 대구, 2013년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도 몰을 개점한다. 롯데쇼핑은 2011년 김포공항에 김포 스카이파크를 선보인다.

◆편리하면 고객 유치 “확”=몰은 쇼핑시설과 각종 엔터테인먼트·교육 시설이 함께 있어 여러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넓어 고객이 불편해 할 수 있다. 편리한 주차 시스템과 어디에 어떤 매장이 있는지를 잘 알리는 게 성공의 열쇠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어린이와 남성을 위한 공간도 있어야 한다. 타임스퀘어 지하 2층에 어린이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가 들어섰고, 신세계백화점에는 인터넷이 가능한 남성용 휴식공간 ‘멘스 라운지’가 생겼다. 동선 설계에도 계산이 담겼다. 타임스퀘어는 한쪽 끝에 백화점이, 다른 쪽 끝에 이마트·CGV·교보문고가 있다. 양쪽을 오가다 중간의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이 상당수였다. 명품관 통로의 폭은 16m.

타임스퀘어 윤강열 과장은 “해외 몰을 벤치마킹했는데, 많은 사람이 다녀도 부딪히지 않고 건너편 매장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는 거리가 16m로 나왔다”고 말했다.

◆체류 시간 길면 매출도 “쑥”=유통업체가 앞다퉈 몰 사업에 나서는 것은 고객의 체류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신세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는 백화점에서 평균 한두 시간, 몰에서 서너 시간 머문다. 동반자도 일반 매장은 평균 1.7명인데 몰은 2.5명이다. 몰 고객은 20~30대가 가장 많고, 이들은 몰에 가면 세 가지 이상의 활동을 한다.

타임스퀘어에 있는 신세계 영등포점의 개장 7일간 일인당 구매액은 7만5000원.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평균 6만5000원을 웃돌았다. 이곳 이마트의 경우 주말 고객이 평일에 비해 25% 많았고, 오후 6시 이후 매출이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몰고어(mall-goer:몰을 찾아 즐기는 사람)’의 매출 기여도가 높은 셈이다. 배후 상권도 넓다. 몰은 평균 8~9개 구에서 찾아온다. 백화점은 3~4개 구, 대형마트는 한 개 구다.

장중호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은 “맞벌이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소비자가 한 장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향후 대형 유통시설은 대부분 몰 형태로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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