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 백자, 높이 6~8㎝
부장품의 종류는 시대·지역마다 다른데요. 고려시대에 실생활에 사용하던 도자기를 넣었다면,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미니어처 명기를 껴묻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은 물론 일반 서민도 명기를 부장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만든 이에 따라 가지각색 개성이 담겼습니다.
얼굴박물관에 소장된 백자 인물형 명기는 철채로 눈동자와 머릿결 등을 묘사했습니다. 특이한 부분은 하반신입니다. 대개 통짜로 뭉뚱그려 표현되는데 반해, 이 작품은 칼로 잘라낸 듯 날카로운 선으로 다리와 옷자락을 나타냈습니다. 17세기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입니다. 하반신에 공간을 남긴 채 자기를 구워 제 모양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누군가를 위해 개성 넘치는 인형을 빚은 어느 이름없는 도공의 얼굴을 상상하게 만드는 일품입니다.
◆얼굴박물관(www.visagej.org)=연극연출가 김정옥 관장이 얼굴 표정과 관련된 유물들을 모아 2004년 설립했다. 김정옥·조경자 부부 인터뷰는 다음달 4일자 중앙SUNDAY에 실린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68번지. 031-765-3522.
이경희 기자 dungle@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