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열풍 부동산 확산 아직은 '강건너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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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의 투자열기가 언제쯤 부동산 시장으로 확산될까. 주가 1천포인트 시대를 맞으면서 급팽창하는 주식시장의 투자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시시장의 호황세가 당분간 계속돼 증시 주변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선뜻 빠져나갈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는 "주가의 경우 경기 전환점을 기준으로 6~9개월 먼저 움직이지만 부동산 경기는 실물 경기 변동 전환점에서 대략 1년 정도 늦게 영향을 받는다" 면서 "따라서 부동산 경기는 주가에 1년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말했다.

결국 주식시장의 투자열풍이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주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된다는 얘기다. 설령 증시 주변의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더라도 과거와 같은 폭등세는 있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유는 공급물량이 많고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그만큼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환금성이 높아 큰 문제가 없지만 부동산은 한번 물리면 장기간 돈이 묶일 소지가 많아 투자판단이 쉽지 않다. 더욱이 환란 (換亂) 이후 부동산값 폭락에 따라 엄청난 손실을 본 경우가 많아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들의 인식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겠느냐는 것이다.

증시자금이 부동산으로 쉽사리 빠져나가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증시의 높은 투자 수익률이다.

앞으로도 증시에서 얼마든지 재미를 볼 수 있는데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굳이 택할 이유가 있느냐는 게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값이 많이 회복되면서 대부분 거래없이 호가만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급매물 등 시세차익이 큰 부동산을 겨냥해온 사냥꾼들이 거의 빠져나가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 및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다.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계속 오름세고 지하철 개통 예정지역이나 건설이 본격화되는 곳의 부동산은 인기다.

게다가 서울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부동산투자신탁 (리츠).주택저당채권 (MBS) 등 부동산 시장을 달아오르게 할 요인도 많다. 저밀도 아파트 철거는 엄청난 전세수요를 만들어 전세값.집값을 출렁거리게 할 가능성이 크고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와 MBS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부동산 시장에도 뜨거운 투자열풍이 불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증시의 투자열풍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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