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할머니 극단의 ‘연극 삼매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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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로맨스 그레이 단원들이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다.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 경로당 할머니로 구성된 극단 ‘로맨스 그레이’가 다섯 번째 무대에 선다. 로맨스 그레이는 29일 오후 4, 7시 봄내극장에서 ‘분홍 립스틱(부제 엄마의 그림자)’을 공연한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딸, 사위와 함께 사는 70대 할머니가 사위에 얹혀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가족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오늘날 어르신 자신들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공연을 위해 할머니들은 4개월 동안 매주 두 번씩 연습했다. 고추를 따고 말리는 등 농사일에, 손자·손녀 돌보기에 바쁘지만 연습에 빠지지 않았다. 최근 큰 수술을 받은 할머니도 불편한 몸으로 연습에 참가했다. 눈이 침침해 대본이 잘 보이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져 대사 외기도 어렵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이겨냈다. 로맨스 그레이는 2005년 문화커뮤니티 금토가 주관하는 노인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창단해 ‘청춘을 돌려다오’, ‘내려가는 길은 아름답다’ 등 해마다 한 편씩을 무대에 올렸다.

극단의 막내 김금자(62·춘천시 후평동)씨는 “언니들과 연극 연습을 할 때면 근심과 걱정도 잊고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춘천시 여성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진 공연은 무료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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