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내분 진정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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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자원봉사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의 민주적 조직개편 요구 등 반발로 분열위기로 치닫던 경실련 사태가 8일 오후 열린 임시 상임집행회의에서 이들의 '조직개편안' 을 기존 개혁특위에서 안건으로 채택, 논의키로 함에 따라 일단 진정국면으로 들어섰다.

교수.변호사.상근자 등 46명이 참석한 가운데 5시간 가량 열린 이날 회의에서 개편안을 낸 전문가들은 이 안이 '계속 논의사항' 으로 받아들여지자 당초 요구했던 ^집행부 즉각 용퇴^10일로 예정된 회원 총회의 연기 등을 철회했다.

개편안은 의사결정 단위를 줄이고 각 전문조직의 네트워크화를 이루며 사무총장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경실련에서 자신들이 맡은 직책을 내놓고 활동을 중단한다는 선언의 유효 여부도 서명에 참여한 전문가 56명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해 상당수 서명자들은 단체활동을 정상적으로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경실련 상집위부위원장 김장호 숙명여대 교수, 정책연구위원장 나성린 한양대 교수, 금융개혁위원장 구석모 세종대 교수, 시민공정거래위원장 최정표 건국대 교수 등은 7일 공동성명 (7월 8일자 25면)에 이어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 집행부 총사퇴 및 조직 전면개편 등을 거듭 요구하는 등 공개적인 집단 행동으로 촉발됐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 (사무총장)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스타 중심의 운영으로 인해 경실련이 관료화돼 시민단체의 순수성.영향력.권위를 모두 상실했다" 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유종성 (柳鍾星) 사무총장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관장, '스타 중심의 운영으로 조직의 동맥경화를 초래' (姜哲圭 시립대 교수)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현재의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완전히 개혁, 개별 조직의 연합체로 탈바꿈하자고 제안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모든 직책을 사임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柳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실.시민입법국.조직국 등 상근실무진들은 "시민운동 조직의 유지.발전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발상" 이라고 정면으로 반박, 양측은 갈라서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김현철 테이프 사건' '일간지 칼럼사건' 때의 내홍에 이어 터진 이번 사태가 양쪽의 양보로 일단 수습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완전 정상화가 가능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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