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라이브앨범 출시 1주일만에 긴급 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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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KBS2TV 인기가요프로 '이소라의 프로포즈' 에 출연했던 인기가수들의 실황을 모은 음반 '이소라의 프로포즈 - 라이브 앨범' 이 이 프로 진행자 이소라로부터 격한 반발을 사 출시 1주일여만에 긴급 회수된다.

이소라는 10일 방송분 녹화일인 7일 이 음반 출시에 항의해 출연중단을 선언했다가 연출자로부터 음반회수를 약속받고서야 다시 출연에 임했다.

연출자 박해선PD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는게 (음반등) 그외 모든 사안에 우선하는 만큼 이소라의 뜻을 존중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가요계에 막강한 힘을 가진 방송사가 그 힘을 바탕으로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들을 사실상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음반을 제작해온 관행에 가수가 제동을 건 첫 사례여서 주목을 받고있다.

이 음반은 KBS영상사업단이 김건모. 신승훈. 임창정.이소라 등 출연가수들의 실황 32곡을 모은 편집음반. 이렇게 방송사가 자사 프로에 방송된 가요실황을 음반으로 제작할 경우 해당 곡의 실연권 (저작인접권) 을 가진 가수 또는 가수의 전속 음반기획사로부터 허락을 받고 음반출고가의 일정비율 (최고25%선) 을 로열티로 주어야한다.

그러나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획사들은 이번 음반에 곡당 50만원의 '가창료' 만 받았을뿐 로열티 한푼 안 받고 '울며 겨자 먹기' 로 곡 사용을 허락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허락을 해주지 않거나 로열티를 제대로 요구할 경우 '미운 털' 이 박혀 소속 가수들의 출연 길이 막힐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프로그램의 이미지 고양과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가수 입장에선 수익이 전혀 없고 자신들의 정규음반 판매만 잠식하는데다 자신의 뜻에 반해 자기 노래가 다른 음반에 수록됨으로써 가수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이소라로서는 특히 이 점을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음반기획에 참여한 쌍용기획 엄용섭 대표는 "모든 가수들의 소속사로부터 허락을 받고 낸 음반이라 문제가 전혀 없다" 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이소라의 소속사와는 음반 계약을 정식으로 맺고 선수금까지 줬는데도 소속사측이 이를 이소라에게 알리지않아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며 음반회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가요계 인사는 "방송사가 힘을 바탕으로 히트곡들을 로열티 없이 편집해 음반을 낸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 사태로 그 부당한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 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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