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여전히 G8 … 경제 권력만 떼어내 G20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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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G20이 앞으로 G8을 대체하게 되나.

“G20 정상회의는 이번 피츠버그 회의에서 전 세계 최고 경제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격상됐다. 경제 회복을 위한 국가 간 거시정책 조율이나 글로벌 불균형 문제 해결에 있어 G8은 한계가 있었다. 주요 흑자국이 대거 포함된 신흥국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G8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협력 이외의 지정학적 이슈와 안보 문제 등을 조율하는 강력한 채널은 여전히 G8이 될 것이다. G8의 경제권력만 떼어내 G20으로 이전시켰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G20 정상회의 합의사안은 구속력이 있나.

“구속력이 없는 선언(pledge)이다. 그러나 거시정책 운용 등에 있어서 앞으로 다른 나라의 감시(peer review)와 국제통화기금(IMF) 모니터링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무게감이 더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한국의 역할이 컸다는데.

“과거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1, 2차 회의 때부터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재정 확대, 금리 인하 등의 해법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말로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올해 한국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렸다. 덕분에 한국이 이번 위기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보이면서 위기 극복의 모범국이 됐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었다.”

-금융시스템은 어떻게 손보나.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올해까지 기준을 만든 뒤 2012년 이행하는 것이 목표다. 자본 확충, 유동성 리스크 규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금융회사의 보너스가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부합하도록 보수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그러나 급여에 한도를 두지는 않기로 했다. 미국 언론들은 보수 규제를 받게 되면 은행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PEF) 등 규제를 받지 않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불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MF의 지분율이 재조정됐다는데.

“현재 IMF 지분율(쿼터)은 선진국 위주로 배분돼 있다.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세계 GDP의 2.8%를 차지하고 있지만 IMF 내 쿼터는 절반인 1.4%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IMF의 결정은 쿼터가 많은 선진국 의사에 따라 좌우되곤 했다. 이번 G20에선 선진국의 쿼터 5%를 신흥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60%인 선진국의 쿼터는 55%로 줄게 된다. 이 경우 현재 1.35%인 한국의 지분율도 높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의 쿼터도 적어도 3% 정도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미결 과제는.

“G20이 강조한 ‘글로벌 균형성장’을 위해선 중국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환율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환율 문제가 미국-중국 간에 워낙 민감한 이슈다 보니 이번 회의 테이블에 올려지지 않았다. 기후변화 협약도 진전이 없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려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향후 유엔에서 논의키로 결정했다. 은행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다.”

-G20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나.

“G20 개막 전후로 피츠버그에선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들은 다국적기업·은행들의 폐해, 자본주의의 부작용, 개발도상국의 빈곤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한스 루돌프 메르츠 스위스 대통령이 “유엔 같은 국제기구와 다른 나라들의 희생을 대가로 (G20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밝히는 등 G20에서 제외된 국가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프랑스가 이번 회의 직전에 G20 대신 G14를 고수할 것을 요구해 G20이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서경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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