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체제 1년 … 각국 득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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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와 함께 막을 올린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체제 1년은 각국이 국가 이익을 걸고 벌인 극적인 한판 승부였다. 미국 피츠버그의 3차 G20 정상회의가 폐막하면서 각국의 승패도 극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이 실익을 챙긴 반면 유럽과 일본은 책임이 무거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국은 금융안정위원회(FSB) 가입, G20 정례화, G20 5차 정상회의 유치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에 성공한 미국=금융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미국이 금융위기에 대해 국제사회에 책임진 것은 별로 없다. 금융 규제를 강화하자는 유럽의 공세를 상당 부분 막아냈다. 기축통화를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바꾸자는 주장은 ‘물밑에서 끓어오르다’ 멈췄다. 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 역할 강화로 귀결되면서 IMF의 대주주격인 미국의 지위는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익명을 원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미국을 견제할 나라가 없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마지막 순간에 미국이 결론을 내리고 정리하는 모습은 금융위기 이전과 같다”고 말했다.

◆G2로 부상한 중국=중국은 미국이 주장한 세계 경제의 균형 회복(리밸런싱)에 엮여 들어갔다. 그렇다고 정교한 리밸런싱 메커니즘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어서 당장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반면 중국이 없으면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IMF 개혁에 따라 IMF 내 지분이 상당히 높아지게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중국의 경우 경제 분야의 손실은 모호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득을 챙겼다”고 말했다.

◆잃은 것 많은 유럽=G8이 G20으로 대체된 것 자체가 유럽엔 손실이다. G8에선 유럽이 다수였지만 G20에선 더 이상 아니다. 세계 질서에서 유럽이 차지했던 영향력이 그만큼 약화될 것으로 볼 수 있다. IMF 내 지분을 상당한 정도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되면서 IMF 내 기득권도 약해질 전망이다. 관행적으로 유럽이 차지해온 IMF 총재 자리도 더 이상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빅3 간에도 차이가 있다. 금융 허브 역할을 해온 영국은 금융 규제 강화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은 중국·일본과 함께 리밸런싱으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됐다. 프랑스는 G14 등 여러 구상을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책임만 무거워진 일본=2차, 3차 정상회의 유치를 강력히 희망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G8에서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G20의 G8 대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이 손상을 입었다. 경제적으로도 리밸런싱 부담을 지게 됐고, 기후변화 재원에도 돈을 내야 할 처지다. “금융위기의 책임도 없으면서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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