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人災-유치원 참사 문제점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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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전점검이라뇨. 20여년 동안 청소년 수련시설을 운영했지만 그런 점검은 한번도 받지 않았어요. " 경기도 양주군 A산장 주인은 20여년째 주로 유치원생들을 모집, 여름캠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A산장은 여인숙으로 허가받은 뒤 극기훈련장.수영장.보트장을 설치한 무허가 청소년 수련시설이다.

이 때문에 관할 군청은 A산장이 청소년 수련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당연히 안전점검을 실시한 적도 없다.

A산장은 수련생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2층짜리 건물 3개동 전체에 소화기 5개만 갖춰져 있을 뿐 다른 방화시설은 전혀 없는 상태다.

유치원생.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여름캠프를 여는 무허가 청소년 수련시설들이 난립하고 있는 데도 정부 당국은 단속할 엄두도 못내고 있어 '제2의 씨랜드' 참사가 우려된다.

무허가 수련시설들은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점검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데다 소방시설 등을 전혀 갖추지 않은 가건물들이 많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공식 등록된 청소년 수련시설은 모두 5백30여곳. 그러나 무허가 수련시설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행정자치부는 매년 6월말~7월초께 청소년 수련시설을 포함한 다중이용 건축물에 대해 소방. 전기. 가스.건축구조 등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행자부 한 관계자는 "무허가 수련시설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주민신고가 없으면 사실상 단속할 방법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은 무허가 수련시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식 등록된 수련시설도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생 19명을 포함,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는 청소년 수련의 집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건축법상 다중이용 시설이 아니라 일반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한번도 화성군청으로부터 안전시설 정기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화성군청은 "일반건축물로 허가받은 청소년 수련시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런 수련시설에는 정기점검을 나가지 않는다" 고 말했다.

90년 정식으로 허가받아 문을 연 경기도 안성군 B수련원은 형식적으로 안전점검을 받은 경우. 소화기 12개만 겨우 갖추고 있는 이 수련원의 대표 鄭모씨는 "매년 6월께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소방서. 군청에서 안전점검을 나오지만 형식적이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무영.배익준.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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