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직씨, 땜질만화 엮어 단행본 '에피소드'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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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남의 원고 펑크날 때마다 '땜방' 으로 밀어넣던 2~4쪽짜리 만화가 어느덧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다. 주인공은 박무직 (26) 씨. 만화 작법을 강의한 '무일푼 만화교실' 로 유명해진 만화가다.

그가 최근 월간만화잡지 '윙크' (서울문화사)에 부정기적으로 실리던 '땜방 만화' 를 모아 '에피소드' 를 펴냈다.

"출판사로서는 급한데 끼워넣을 원고가 있어 좋고, 전 제 작품을 발표할 수 있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죠. " 데뷔 6년째에 접어든 작가답지 않게 그는 "연재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고 한다.

"제 만화는 상업지에 연재되기 힘들어요.TV도 드라마.쇼가 몰려 있는 시간대에 교양 프로 편성 안하잖아요. " 그의 말마따나 박무직 만화는 '교양 프로' 다.

'한번 생각해보자' 는 취지로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되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을 짚고 넘어가는 것. 가령 그는 '에피소드' 에서 현대인의 심리를 가장 교묘하게 이용하는 다이어트 광고의 허상을 꼬집는다.

'16만원짜리 다이어트 쫄바지 굉장한 땀으로 군살 제거!' 라고 하지만 사실 땀 흘리는 것과 지방 제거는 무관하다든가, '제약회사에서 만든 다이어트 제품, 약국에서 찾으세요' 라는 말은 '제약회사' 와 '약국' 이란 단어로 식품인 다이어트 제품을 의약적 효능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든가 등등.

"세상 일에 기본적인 의문을 갖자는 거지 뭐 거창한 건 아니예요. " 이러한 '기본적 의문' 은 그가 몸담고 있는 만화 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소수 독자들을 빼고는 만화가 제작되는 과정을 잘 모르죠. 예를 들면 펜터치는 죄다 문하생을 시킨다든가, 스크린톤이라는 게 있어 배경 화면을 뿌옇게 흐릴 수 있다든가. 아주 심한 경우엔 일본 만화책에서 장면 장면을 오려다가 자기 원고처럼 붙이기도 한다는 것까지요.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화를 보는데 만화의 실상을 알아야죠. " 그는 현재 '나인' 에 만화 칼럼을 쓰고 있다.

"쓰면서 만화계 돌아가는 것에 관심도 갖게 되고 좋아요. " PC통신 만화동호회에는 '논객 박무직' 에 대한 찬반양론이 자주 게시판을 달군다.

그는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SF만화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가가 되려고 준비했어요. '훌륭한 만화가가 되려면 이래야 한다' 고 들은 건 죄다 한 것 같아요. 상식이 많아야 된다고 해서 철학 공부도 하고 기사 스크랩도 하고,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해서 데생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니 정작 '만화 자체' 에 대해선 잘 모르는구나 싶더라구요. " 그래서 그는 만화를 그리면서 만화를 배워간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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