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 풀어주고 美여성은 억류…북-미 관계 다시 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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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에 이어 한국계 미국인이 최근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가뜩이나 껄끄러운 북.미관계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미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인 억류사건이 閔씨가 북한당국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점을 중시, 북한측의 의도와 경위파악에 나서는 한편 조속한 석방 및 송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착수했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 17일 나진.선봉지구에서 미국시민 1명을 체포했음을 확인했으며, 그는 현재 북한 국내법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우선 평양주재 스웨덴 영사관을 통해 빈 협약과 미.북간 잠정 영사협약을 근거로 문제의 미국인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다" 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페리 방북 보고서와 이 사건을 묶어 보도하면서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냐, 정면대결이냐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에 체포된 미국인의 신상에 대해 밝히길 거부했으나 소식통들에 따르면 억류된 미국인은 서방 및 한국 대기업들의 북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카렌 한 (58) 이라는 여성. 그는 한국이름이 한묘숙으로 여류 소설가 한무숙 (韓戊淑).말숙 (末淑) 씨와 자매지간이다.

주한 (駐韓) 미군부대 근무 당시 미국인 예비역 장성 휘트컴과 결혼,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며 남편의 도움으로 국제 로비스트로 활동해왔다.

중국 베이징 (北京)에서 한국기업들의 중국 및 동구권 무역을 알선해주는 일을 하다가 한국 대기업 그룹들과 북한을 이어주는 대북 에이전트로까지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5~2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일 삼자 조정그룹 (TCOG) 회의에서 3국 대표들은 최근 북측의 잇따른 이상 동태를 분석하고 북측의 의도를 따져보면서 향후 대북 포괄제의 향방을 논의했다.

장재룡 외교통상부 제1차관보.웬디 셔먼 미 국무부 자문관.가토 료조 (加藤良三) 일본 외무성 총합정책국장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3국 정부 실무자들은 최근 북한의 호전적 행태가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대북 포괄제안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으며 대외협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서는 또 북측이 미사일 재발사를 시도하지 않도록 경고와 회유를 하는 데 3국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워싱턴.뉴욕 = 길정우.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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