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선문대 ‘지역발전’ 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박종관(백석대 행정학과) 교수=일부에서 정부가 통합을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서두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80년대부터 꾸준히 통합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합은 자치단체간 불균형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권·생활권·행정권간 괴리, 생활·경제권을 공유하는 데 행정권만 공유하지 못하면 불편하다. 자치단체간 분할에 따른 비효율성 해소도 통합의 필요성 중 하나다.

◆나종성(호서대) 교수=지방행정 문제를 연구한 교수로서, 지역민으로서 답답하다. 큰 틀에서 중앙부처가 과정적으로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번 행정구역 통합은 1995년 도·농 통합과는 엄연히 다르다. 당시는 생활권 중심지인 도시와 주변 군(郡)을 통합한 것이다. 지금은 출발이 다르다. 300년이나 된 체제를 광역권체제로 가자고 한다. 한국은 지역 갈등, 지역 감정의 역사로 이뤄졌다. 60~70년대는 도·농간, 80년대는 영·호남 갈등, 최근엔 수도권·비수도권 간 갈등이 문제다. 수도권은 그냥 두고 지방에서만 통합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에서 애들끼리 싸움시키는 것이다. 이기는 아이한테 사탕(인센티브) 하나 주는 것이다.

◆권경득(선문대) 교수=통합이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지기 위해 원칙 등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지금 국회에서 지방자치개편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큰 틀이 나와있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가 이뤄지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큰 원칙 제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도 규모의 경제, 생활권 문제가 약방의 감초처럼 나온다. 규모의 경제를 다룰 때 조심스러워야 한다. 각 규모에 맞는 적합한 서비스가 분명히 있다.

◆김지훈(아산시민모임 사무국장)=통합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를 보면 밀어붙이기 식이다. 풀 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어울리는 것이다. 지금은 중앙 관료·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통합 논리를 보면 부작용 언급은 없고 효과만 부풀리고 있다. 규모가 있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덩치가 커지면 주민들과 밀착이 멀어진다. 경제권·생활권·행정권이 다르다고 해서 불편함이 있나. 협력과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

◆서선하(천안YWCA 사무총장)=아산·천안간 통합에 대한 토론으로 들었다. 의아했다. 와보니 논문형식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통합에 따른 긍정·부정적 효과가 발표됐다. 통합을 하자고 해서 곧바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긍정적 효과는 서로 누리면 되고 부정적 효과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꿀 지 논의가 많이 필요하다. 논의를 하면서 시민의식도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논의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안 된다.

◆김지훈=규모 키우기가 올바른 방향인가 의문이다. 천안 57만명, 아산 27만명. 결코 작지 않은 인구 규모다. 통합해서 80만 명이 되면 얻을 게 뭐냐. 개편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분위기는 반대한다. 천안에서는 벌써 서명을 받았다. 아산은 반대 플래카드가 걸렸다. 너무 앞서간다. 지금 논의는 인위적 기간을 정해놓은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도 빠졌다. 소모적으로 논쟁하면 천안·아산간 갈등만 깊어진다. 지금도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중복투자, 택시분쟁, 상권 경합, 신도시를 두고 벌이는 랜드마크 경쟁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부터 협력해야 한다. 결혼도 연애기간이 필요하다.

◆이명근(천안시의회 의원)=통합이 이뤄진 곳에 비해 이뤄지지 않은 곳은 경쟁시대에서 도태될 것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아산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천안시의회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시민 77.2%가 아산과의 통합에 찬성했다. 신빙성을 논하지 말고 개별성을 인정해달라. 아산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천안·아산은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두 도시가 합쳐지면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다. 성급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늦으면 도태된다.

◆이기원(아산시의회 의원)=통합 논의는 아산시민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강행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아산시민들은 신뢰하지 않는다. 아산은 통합할 이유가 없다. 아산은 매년 인구 2만명이 증가한다. 신도시, 온양중심상권 재개발, 테크노밸리, 황해경제자유구역이 진행 중이다. 재정자립도도 51%에 달한다. 아산은 지방자치경쟁력이 전국 1~2위고, 성장발전속도는 전국 3위다. 통합은 아산의 이득을 빼앗으려는 천안의 의도다. 2003년 KTX천안아산역 청사가 아산에 위치했는데도 명칭을 양보했다. 이번 논의로 두 도시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두 도시는 독자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뿌리가 다르다. 문화적 속성, 주민의 풍습 등도 다르다. 통합하면 갈등만 증폭될 것이다. 통합을 전제로 한 소모적 논쟁은 이 시간 이후 중단해야 한다.

◆윤주명(순천향대) 교수=아산과 천안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 역사명칭만 봐도 그렇다. 당시에 내걸렸던 수천 개의 현수막을 기억한다. 그 이후 서로를 끌어안는 화해의 노력도 없었다. 두 자치단체가 서로 협력·논의해서 풀어가야 한다. 통합의 문제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은 주민공동의 이익(주민공익)이다. 쉽게 찾기 어렵지만 양심에 비춰 주민공익이냐 개인의 이익이냐를 숙고해야 한다.

◆나종성=행안부에 강력히 권한다. 끼리끼리 두 세 개씩 합친다고 갈등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통합 추진은 도(道)를 없애자는 얘기다. 천안과 아산은 갈등이 깊다. 2005년엔 도청 이전과 관련해서 천안·아산이 손을 잡았었다. 당시 두 시장이 회동을 했는데 어색하더라. 착잡했다. 남북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갈등해소를 위해 ‘행정협의회’, ‘위탁’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의회끼리 친선축구대회라도 해라. 곪아터지기 전에 벌써 했어야 한다.

◆권경득=개인도 서로 마음이 다르고 앙금이 가시지 않는데 두 자치단체가 화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천안·아산이 왜 통합해야 하는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통합이 필요 없다면 필요 없는 논리도 개발해야 한다. 앞으로 통합과 관련된 공론화의 장이 더 필요하다.

정리=신진호 기자

천안-아산 동일 문화권이냐 아니냐

“두 도시 오가며 학교 다녀”
“옛날부터 별개의 문화권

◆이상만(아산·천안통합반대추진위원장)=통합논의에서 규모의 비경제도 살펴봐야 한다. 아산·천안이 통합했을 때 적정한 규모인지도 봐야 한다. 서울의 예를 보자. 강북과 강남을 오가면서 걸리는 시간, 규모의 비경제다. 천안·아산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위해 통합을 해야 하는가. 도시경쟁력 때문이라는데 통합해서 갈등이 깊어지면 도시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필요하다면 협력하면 된다. 택시문제는 구역을 없애면 되고 교육문제는 아산에 학교를 늘리면 된다. 세무서·법원·검찰 모두 아산에 놓으면 된다. 통합은 천안을 위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아산이 피해를 볼 것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아산이 천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천안은 성숙, 아산은 성장하는 도시다. 앞으로 천안 인구는 줄고 아산은 늘어난다. 억지로 통합해서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

◆오선운(천안시민)=사회성, 동질성이 다르다고 하는데 다른 의견이다. (나는)고등학교와 대학을 모두 지역에서 모두 나왔다. 고등학교만 해도 천안·아산을 오가며 배웠다. 사회성 격리, 분리돼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서로 이질화돼 있다고 하는 데 KTX 역사명칭 때문으로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속의 자존심 감정싸움으로 본다.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최소한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만으로도 찬성한다.

◆서대연(천안시 주부)=이런 자리 처음 참여했다. 정보도 없었다. 천안에서 여론조사 했다고 하는데 모집단에 포함됐다면 어떻게 답했을까 생각했다. 인구 3만명 도시에서 살다가 천안으로 이사를 왔다. 지금 규모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장점만 내세우는 데 왜 저렇게 주장만 내세우는지, 듣고 싶어하는 얘기만 하는지 생각이 든다. 천안시의회에서 단점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합리적 반박과 윈-윈 효과 얻을 수 있는지 근거를 제시하면 의미가 더 있을 듯 하다.

◆김동빈(아산 배방 이장)=전국 10여 개 곳에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흡수하는 형식이다. 통합 논의 때 생활권·경제권 등이 발표됐다. 다른 것은 문제가 없지만 생활권은 반대다. 현재도 아산과 천안은 1일 생활권이다. 조금 멀지만 서울도 1일 생활권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공사회성에 부합되느냐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산과 천안은 옛날부터 별개였다. 두 도시는 동질성이 없다. 단편적으로 KTX역사명도 그런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다. 괴리가 크다.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뒤에 통합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리=신진호 기자

한쪽 반대하면 주민 투표로
3분의1 투표, 과반수 찬성해야

행정안전부의 ‘행정구역 통합 건의 절차’에 따르면 주민건의는 인구 50만 명 이하의 도시는 주민 총수의 2%, 50만 명 이상 대도시는 주민 총수의 1% 이상 주민의 서명을 받아 건의인 서명부를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행정구역 통합은 해당 자치단체의 합의를 바탕으로 주민투표와 법률제정 등을 거쳐 확정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행정구역 통합이 현행 지방자치법 제4조(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정구역 통합은 해당 시·군별 주민여론조사와 공청회, 시·군 의회 및 광역의회 의견청취 과정 등을 거쳐 주민투표 실시를 행안부에 건의하게 된다.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 제24조에 따라 주민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확정된다. 행정구역 통합이 확정되면 행정구역 조정(안)을 결정하고, (가칭)‘OO·OO 통합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 특별법에는 통합 자치단체 명칭이나 청사 위치, 시행시기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