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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은 출구전략인데 … G20 ‘사이드 메뉴’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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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무장한 경찰들이 회의가 열리는 데이비드 L 로런스 컨벤션센터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경찰은 돌발시 위를 막기 위해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피츠버그 로이터=연합]

3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4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막한다. 출구전략 시기 논의, 글로벌 경제 불균형 해소, 보호무역 배격 등 굵직한 이슈들을 집중 논의한다. 이와 함께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다른 현안도 테이블에 오른다. 기축통화 논란,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조정, 금융 규제 강화 등이다. 출구전략 같은 의제가 이번 회의의 ‘메인 메뉴’라면 이들 안건은 ‘사이드 메뉴’인 셈이다.

메인 메뉴에 대해선 각국이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이드 메뉴를 두고선 벌써부터 각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각국은 언론 인터뷰나 보고서 등을 통해 자국의 입장 알리기에 나섰다. 사이드 메뉴에 대한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국, 우회적으로 ‘달러 흔들기’=G20 개막에 앞서 중국은 ‘다국적 국부펀드’의 창설을 제안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후샤오링 중국인민은행 부총재는 G20 웹사이트에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다국적 국부펀드를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면,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현재의 위기가 부분적으로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신흥국들이 투자할 곳이 달러 외에는 없기 때문에 미국은 맘놓고 소비할 수 있었고, 이것이 금융위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달러 대신 IMF의 특별인출권(SDR) 사용을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이 같은 중국의 ‘달러 흔들기’는 미국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향후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이 8000억 달러어치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만큼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아달라는 요구도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4일 “이번 회의에선 미국이 저축을 늘리고 중국이 내수를 키우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이는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며 달러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피츠버그의 데이비드 L 로런스 컨벤션센터 인근 전광판에 한글로 ‘환영’이라 는 문구가 나타났다. [피츠버그=연합뉴스]

◆중남미, 발언권 키우기=EFE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 정상들은 IMF와 세계은행(WB)에서의 신흥국 지분(쿼터)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IMF 내 쿼터는 선진국 위주로 배분돼 있는데 이를 각국 경제력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세계 GDP의 2.8%를 차지하고 있지만 IMF 내 쿼터는 절반인 1.4%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IMF의 결정은 쿼터가 많은 선진국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은 “중남미 국가들은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을 통해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 구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들은 IMF 의결권의 7% 이상을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세계은행 지분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 금융기구에서 발언권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협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미국도 유럽과 시각차=금융위기 이후 경제 방향에 대해선 영·미 자본주의와 대륙(유럽) 자본주의가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징벌적 성격이 짙은 금융 규제보다 독일·중국 등 무역 흑자국들을 겨냥한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최우선 의제로 들고 나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 규제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화석연료 생산업계에 대한 규제도 이번 회의에서 다뤄진다.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화석연료 생산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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