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지난해 터진 금융위기로 건설·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업계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업체들은 금융위기로 생사 기로에 섰다”며 “당장 회사를 구하고, 사업구조를 다양화해 회사를 안정시킬 ‘구원투수’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무기는 주택·토목·해외 건설 등에 걸친 풍부한 경험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중견업체들은 새 사업을 하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만큼 무엇보다 경험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박 사장은 30여 년을 해외 토목 분야에서 일하며 158건, 105억 달러 이상의 해외 공사를 수행했다. 한양 박상진 사장은 33년간 건축·주택 부문의 외길을 걸었다. 30년간 현대건설에서 토목 전문가로 활약한 LIG건설 강희용 사장은 “그동안의 경험과 인맥 등을 활용해 주택에 편중된 사업구도에서 벗어나 토목·해외 건설 분야로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의 인맥과 독특한 기업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건산연 김 박사는 “대우건설은 창의성이 높고 의사결정 능력이 빠른 반면, 현대건설은 체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영업력이 특징”이라며 “이런 무형의 자산까지도 중견업체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