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6집반' 대세 굳히나…삼성화재배도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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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5집반이냐, 6집반이냐. 불과 한집차이지만 이 한집을 놓고 벌어지는 '덤' 논쟁은 매우 치열하다. 5집반은 보수주의고 6집반은 진보주의다.

최근의 통계는 6집반을 뒷받침하지만 그건 일시적이며 우연의 일치라는 반론에 부닥친다.

이런 팽팽한 분위기에서 최대기전인 삼성화재배가 6집반 쪽의 손을 들어주고 나섰다. 오는 7월 시작되는 4회대회부터 6집반의 큰 덤을 채택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6집반의 효시라 할 LG배에 이어 삼성화재배마저 6집반으로 돌아서자 한국이 주최하는 양대 국제대회는 모두 6집반이 됐다. 또 7집의 덤을 채택하고 있는 대만의 응씨배도 실제로는 6집반의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5대기전중 일본의 후지쓰배, 중국의 춘란배를 제외한 3대기전이 6집반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 13개 국내기전중 6집반을 채택하는 기전은 없다. 일본의 3대기전은 물론이고 중국 역시 아직은 5집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와 통계를 보건대 대세가 6집반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먼저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자.

<6집반 측의 주장>

▶통계의 바로미터라 할 이창호9단의 경우 흑의 승률이 통상승률 (76%)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9단은 98년도에 흑으로 35전33승2패를 거둬 승률94%.올해는 13전13승으로 승률이 100%다.

▶결승전및 타이틀전의 통계에서도 흑의 승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96년엔 64전중 흑이 34승, 백은 30승. 97년에도 64전중 흑 34승, 백 30승으로 엇비슷했으나 98년 들어 50국중 흑31승, 백19승으로 흑의 승률이 60%를 넘어섰다. 올해는 14전중 흑이 9승, 백이 5승으로 흑의 승률은 64%.

▶도전기에서 흑번필승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이창호9단과 유창혁9단이 대결한 배달왕기전 도전기는 3대2로 유9단이 승리했는데 5국 모두 흑번필승 (黑番必勝) 으로 끝났다. 올해 치러진 3회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도 이창호9단이 3대2로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을 꺾었는데 역시 5국 모두 흑번필승이었다. 5집반으로는 흑의 우세가 확실하다.

<5집반 측의 주장>

▶TV속기나 제한시간 3시간의 국제대회의 경우 분명 공격권을 지닌 흑쪽이 우세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며 일본의 3대기전 같은 시간여유가 풍부한 바둑에서는 흑백의 승률이 반반이다.

바둑의 본질은 아직 5집반에 가깝다.

양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6집반 쪽의 설득력이 높아보인다. 더구나 최근 진행중인 제한시간 8시간의 일본 본인방전 도전기에서도 1국에서 4국까지 내리 흑번필승이 나타나는 바람에 흑우세의 주장은 더욱 기세를 얻고있다.

현대적인 기전이 시작되면서 생겨난 덤은 처음엔 4집으로 시작하여 4집반 5집 5집반으로 늘어났다. 이제 6집반이 되면 50년동안에 2집반이 늘어나는 셈이다. 왜 덤은 계속 늘어나는 것일까. 덤은 곳 기술이다. 바둑기술이 발달하면 덤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강력한 포진법의 등장과 미지의 영역이었던 중앙에 대한 연구가 선착의 효과를 점점 키우고있다.

바로 이런 추세때문에 프로기사들은 대체로 6집반의 덤을 수긍하고 있다. 4인방중에선 유창혁9단이 가장 강력하게 '덤 인상' 을 주장해왔고 이창호9단과 서봉수9단도 6집반의 편에 서있다. 조훈현9단은 흑 유리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덤은 어느쪽도 일리있다는 생각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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